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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이 부부의 사랑법

부부 심리치료극 ‘부부 쿨하게 살기’로 화제 모으는 의사 김준기·박찬 부부

“우리 부부도 이삼십대 때는 전쟁하듯 싸우다가 사십대가 되어서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게 됐어요”

■ 기획·최호열 기자 ■ 글·박윤희‘자유기고가’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05.03.30 17:58:00

‘부부 심리치료극’이라는 독특한 내용의 연극 ‘부부 쿨하게 살기’가 수차례 연장공연을 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연극을 기획에서 연출, 그리고 출연까지 하고 있는 정신과 의사 김준기씨 부부를 만나 이들 부부의 독특한 사랑법과 부부가 쿨하게 살기 위한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부부 심리치료극 ‘부부 쿨하게 살기’로 화제 모으는 의사 김준기·박찬 부부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지난해부터 수차례 연장공연을 벌이고 있는 연극 ‘부부 쿨하게 살기’를 기획, 연출하고 직접 출연까지 하는 정신과 의사 김준기씨(43, 마음과 마음 정신과 원장)와 박찬씨(43, 산부인과 전문의) 부부. 올해로 결혼생활 16년째를 맞는 두 사람은 캠퍼스 커플로 만나 9년 연애 끝에 결혼, 슬하에 호영(15), 호윤(10) 두 아들을 두었다. 그런데도 봄 햇살 아래 팔짱을 끼고 걸어오는 이들의 모습에서 막 연애를 시작한 연인들처럼 달콤한 냄새가 솔솔 풍겼다.
“이 사람이 대학시절 연극 무대에 오른 제 모습을 보고 반해서 저를 한참 따라다녔죠.”
남편의 말을 듣던 부인의 눈이 순간 동그랗게 커진다.
“남편과 9년 연애를 하긴 했지만 5년 동안은 남편이 저를 죽기 살기로 따라다녔어요. 그때 저는 남편이 남자로 안 보였거든요. 서로 알게 된 지 6년째 됐을 때부터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한걸요.”
주부들의 거식증, 폭식증은 부부 갈등이 원인이란 걸 알고 부부문제 연구
서로의 주장이 다른 가운데 남편은 싱글싱글 웃고 부인은 배신감을 느끼는 듯한 표정이다. 박씨가 남편한테 배신감을 느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씨는 대학시절 연세대 의대 ‘세란극회’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이미 연기와 연출 실력을 과시한 바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열정이 식지 않은 탓일까, 사고를 쳐도 단단히 쳤다. 그동안 조용히 병원 진료실에서 살던 남편이 재작년부터 병원 밖으로 뛰쳐나가 연극 무대에 오른 것이다. 현재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부부 쿨하게 살기’의 제작자 겸 투자자 겸 주연배우로 나서고 있다.
“남편이 연극 무대에 오른 모습을 보니까 ‘아니, 일상생활과 저렇게 다를 수도 있나?’ 싶어 배신감이 들더군요(웃음).”
부부 심리치료극의 형태를 띤 이 연극에는 남편 재현(임학순 분)과 부인 유정(우미화 분), 그리고 김씨가 맡은 극중 정신과 전문의 김박, 이렇게 세 명의 배우가 등장한다.
결혼 7년차인 주인공 부부는 1년 남짓한 연애 끝에 결혼, 여느 부부처럼 아이를 낳아 기르고 집안 문제, 돈 문제 등으로 아옹다옹하며 살아간다. 연애시절 서로가 끌렸던 각자의 다른 점이 결혼생활에서는 갈등요인으로 발전하게 되었다고 할까, 어느 순간부터 사소하게 엇나가기 시작하더니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관계가 악화되고 결국 이혼을 향해 치닫기 시작한다.
이때 김씨가 중국집 배달부, 슈퍼맨 등 다양한 역할로 변신하며 파국으로 향해가는 부부의 중재자 역할을 한다. 연극에서 그는 극 전체를 진행하는 진행자이면서 배우이지만 동시에 관객들에게 부부관계 해법을 알려주고 치료해주는 정신과 의사이자 부부상담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관객들은 연극을 지켜보는 동안 부부관계 해법의 열쇠를 움켜쥐게 된다.
“부부사랑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를 주제로 하고 있는 부부관계 강화 연극이라고나 할까요? 한국결혼지능연구소에서 ‘부부가 행복해지는 7단계의 연습과정’을 만들었는데 이것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연극이에요.”
그가 부원장으로 있는 한국결혼지능연구소(www.mqkorea.com) 연구원들은 미국 존 고트만 박사가 만든 부부치료 워크숍을 수료하고 그의 이론을 한국 문화와 실정에 맞게 ‘부부가 행복해지는 7단계의 연습과정’으로 새롭게 개발해 실제 결혼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부들을 대상으로 전화상담, 온라인 상담, 집단상담 및 부부관계 향상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부부 심리치료극 ‘부부 쿨하게 살기’로 화제 모으는 의사 김준기·박찬 부부

연극 ‘부부 쿨하게 살기’는 4월9일까지 국립극장에서 공연한 후 4월14일부터 대학로로 옮겨 계속된다.


그런데 김씨의 전문 분야는 의외로 ‘섭식장애 클리닉’이다. 왠지 부부문제 클리닉과는 한참 동떨어져 보이는데 그는 왜 하필 부부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일까. 그는 현재 서울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식이장애로 ‘거식증’ ‘폭식증’이 있는데요. 그 원인이 대부분 관계 장애에서 비롯돼요. 상담을 하다 보니 주부들의 거식증이나 폭식증은 다이어트 때문이 아니라 부부관계에서 어떤 장애가 나타날 때 심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관계 해결이 안 되니까 극단적으로 자신을 몰고 가는 거죠. 섭식장애 클리닉이 부부관계 치료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몇 년 전부터 열심히 공부하게 됐어요.”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부들의 하루 평균 대화시간은 고작 20분이고 함께 하는 시간은 2시간 미만인 경우가 전체 부부의 20% 이상을 차지해 부부관계에 위기의 비상등이 켜진 상태임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부부의 문화활동 시간은 결혼 초 60%에서 40대, 50대에는 10%대로 감소한다는 통계자료도 있다. 부부관계가 점점 생활의 중요도에서 밀려나가고 있다는 증거다.
“영국의 한 의학 저널에 실린 연구결과를 보면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남자 중 ‘당신의 아내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한 사람이 ‘아니요’라고 대답한 사람보다 회복속도가 2배나 빨랐다고 해요. 또 유방암을 앓고 있는 여자 중 ‘당신의 남편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한 사람이 ‘아니요’라고 대답한 사람보다 5년 생존율이 2배나 높았다고 해요. 부부간의 애정이 그 어떤 약물치료나 수술보다 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라고 할 수 있어요.”
‘부부가 행복해지는 7단계 연습과정’에 따르면 ‘대부분의 부부는 단지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시간이 적은 것만으로도 사랑이 식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서로 정서적 공유를 하며 대화하는 시간이 적을수록 부부관계는 그만큼 위기 상황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는 것.
김씨는 연극의 막이 오르면 주인공 부부의 대화나 싸움에 끼어들기를 하면서 ‘효과적인 부부 대화법’을 처방해준다. 부부싸움에도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갈등은 모든 부부에게서 일어나요.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은 한 세트의 문제들을 선택하는 것이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우리는 갈등에 적응하는 법, 다시 말해 갈등을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는 방법과 심각한 갈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부가 최대한 잘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선 갈등을 서로 잘 타협할 줄 알아야 하고, 평생 해결이 안 되는 갈등은 문제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비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말한다.
상대방을 내게 맞추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태도 필요
“부부갈등 중에서 해결이 가능한 갈등과 그렇지 않은 갈등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어보는 겁니다. 돈에 대한 태도의 차이나 적절한 성생활 빈도에 대한 차이, 종교에 대한 차이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죠.”
이런 리스트를 만들어놓고 보면 부부의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나게 되는데, 실제 이혼하는 부부들은 해결할 수 없는 갈등 때문에 헤어진다기보다 갈등을 풀기 위해 부부싸움을 하다가 관계가 악화돼버린다는 것. 그는 부부가 격렬하게 싸울 때 관계를 악화시키는 4가지 위험요인이 ‘비난’ ‘자기방어’ ‘경멸’ ‘도피’라고 지적했다.
“이 네 가지가 이혼의 가장 큰 예측 인자인데 부부가 쿨하게 싸우려면 이 네 가지 위험요인을 없애야 합니다. 비난 대신 불만을 말하기, 자기방어 대신 자기 책임을 인정하기, 경멸 대신 존중하기, 담쌓기 대신 연결 시도하기가 필요해요. 이런 태도로 부드럽게 대화를 시작하면 부부싸움을 훨씬 ‘괜찮게’ 할 수 있어요.”

부부 심리치료극 ‘부부 쿨하게 살기’로 화제 모으는 의사 김준기·박찬 부부

연극을 하는 원동력은 ‘가족사랑’에서 출발했다는 김준기씨. 부인 박찬씨는 연극 제작비를 지원하여 부부애를 과시했다.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객석에 앉은 대다수 30대, 40대 부부들은 그가 부부관계를 위한 이 같은 해법을 제시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한다.
과연 그는 연극무대가 아니라, 실전에서도 ‘부부가 행복해지는 7단계 연습과정’을 적용해가며 쿨하게 싸울까?
“남편이 화나서 싸우면 정신과 의사고 뭐고 없어요. 제가 ‘당신 부부상담가 맞아?’ 하면서 더 싸웠어요. 그러니까 제가 연극을 보면서 배신감을 느꼈죠(웃음). 그런데 남편이 연극을 하면서부터 행동이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한번 싸웠다 하면 2~3주 동안 말 안 하기는 보통이었어요. 서로 먼저 사과하기를 싫어했으니까요. 각자 병원 가서 하루 종일 일하고 밤에만 보니까 말 안 하고 오래 버티기가 쉽죠. 그런데 연극을 하면서부터는 오래 끌지도 않고 먼저 사과해요. 화나 있는 시간이 하루를 못 넘겨요.”
부부싸움 변천사라고 할까. 박씨에 따르면 시간 흐름에 따라 부부싸움의 모양새가 달라졌다고 한다.
“결혼 초인 20대 때는 굉장히 많이 싸웠어요. 전쟁이었죠. 상대방이 화를 내도 왜 화내는지 모르니까 ‘근데 왜 화를 내는 건데?’ 하면서 더 싸우죠. 30대 때는 마음속으로 ‘이런 말하면 또 싸움이 될 텐데, 상처받을 텐데’ 하면서도 일부러 상처받을 말만 골라 하며 싸웠어요. 그때는 남편이 ‘웬수’라는 생각이 드니까 끝까지 괴롭혀 복수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철천지원수한테 잘해주는 사람 봤어요? 막 괴롭히면서 희열을 느꼈죠(웃음).”
그런데 박씨는 결혼 10년을 넘어서고 40대에 접어드니까 ‘이런 말 하면 화를 내고 상처를 받는구나’ 싶어 아예 싸움조차 걸지 않는다고. 그야말로 부부관계가 말랑말랑해졌다고 한다. 역시 부부상담가인 남편을 상대로 늘 생활 속에서 단련돼오다 보니 그의 내공도 만만치 않았다.
“모든 부부가 안 싸울 순 없죠. 싸우되 ‘결과물’이 있어야죠. 극과 극이 만나 치열하게 싸우는 과정에서 상대가 원하는 것을 서서히 알아내는 게 중요해요. 20~30대에 많이 싸웠기 때문에 지금의 여유와 만족이 있는 것 같아요. ‘쿨하다’는 게 뭔지는 모르지만 상대방을 나한테 맞게 고치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해요.”
부인의 말을 듣던 김씨가 만족스러운 듯 유쾌하게 웃으며 박씨를 바라본다.
“지금 집사람이 연극 ‘부부 쿨하게 살기’ 대사를 말하고 있어요. 훌륭해!”
지난해 여름 이들 부부는 두 아들을 데리고 16일간의 프랑스 여행을 다녀왔다. 그들은 새삼 낯선 여행지에서 서로가 ‘기가 막히게 찰떡궁합’이란 사실에 무릎을 쳤다고 한다.
“서로 진짜 달라도 너무 달라요. 아내는 ‘도덕교과서’, 저는 ‘문제해결사’라고 할까요. 한번은 공항에서 아내가 의자에 앉아 쉬는 동안 제가 줄서기를 하고 있었어요. 비행기 탈 시간이 되어 제 옆으로 와서 줄을 서라고 부르니까 ‘질서를 지켜야 된다’며 맨 뒷줄에 가서 서는 거예요. 그 정도로 교과서적이에요.”
찰떡궁합을 빙자한 그의 부인 흉보기는 계속됐다.
“평소 뇌가 흥분돼 있는 사람들이 근심, 걱정, 불안감에 시달리고 늘 완벽하려고 변화를 두려워해요. 아내가 딱 그 스타일인데, 여행 내내 우리 보고 ‘카메라 잘 간수하라’고 잔소리를 하더니 결국 자기가 잃어버렸어요(웃음).”

파리 여행 도중, 가족이 차를 대여해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지도에 표시돼 있지 않은 길이 나왔다고 한다. 과연 이들 부부는 문제해결을 어떻게 했을까. 여행 전 거의 한 달 내내 공부를 한 아내는 ‘어떻게 하지?’ 하면서 걱정만 했고, 평소 ‘닥치면 다 해결된다’고 큰소리치며 여행 정보 입수를 게을리한 그가 지도에도 없는 여정을 척척 잘 찾아갔다고 한다.
‘플라스틱 자’ 같은 부인 박찬씨와 ‘고무줄’ 같은 남편 김준기씨. 이들 부부가 달콤하고도 쿨한 이유, 누가 옳고 그르다는 주도권 싸움보다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여유로운 마음에 있는 듯했다.



여성동아 2005년 4월 4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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