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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데뷔 음반 발표하는 국내 최초 트랜스젠더 그룹 레이디

■ 기획·김유림 기자 ■ 글·조득진‘자유기고가’ ■ 사진·홍중식 기자

2005. 03. 10

신애, 사하라, 비누로 구성된 국내 최초의 3인조 트랜스젠더 그룹 ‘레이디’. 이들은 성 소수자를 대변하겠다는 거창한 말 대신 자신들의 끼를 발산해 돈과 인기를 얻고 싶다고 거침없이 말한다. 3월 데뷔 음반을 발표하고 누드 화보집도 출간할 예정이라는 이들을 직접 만났다.

3월 데뷔 음반 발표하는 국내 최초 트랜스젠더 그룹 레이디

트랜스젠더라는 선입견 탓이었을까? ‘어느 한 부분에라도 남자의 흔적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입구를 바라보고 있던 기자의 눈엔 좀처럼 그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나타난 늘씬한 세 명의 미녀. 173cm 이상의 큰 키에 늘씬한 몸매를 가진 그들이 나타나자 약속장소였던 카페 안이 잠시 술렁거렸다.
이들이 바로 요즘 인터넷에서 한창 화제를 모으고 있는 신애(28), 사하라(24), 비누(21) 등으로 이뤄진 여성 3인조 트랜스젠더 그룹 ‘레이디’다. 3월 음반 출시를 목표로 마무리 작업에 한창인 그들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즐기는 듯했다.
“하리수씨의 성공이 용기를 주기는 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저희를 보는 시선이 따뜻하지만은 않다는 것도 잘 알아요. 하지만 저희는 이러한 편견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할 거예요.”
이들이 함께 뭉친 것은 지난해 가을. 독특하고 파격적인 여성 그룹을 만들고 싶다는 기획사의 끈질긴 권유로 자신들의 존재를 ‘커밍아웃’할 것을 결심했다. 이들은 요즘 합숙까지 하며 맹연습 중이라고 한다. 아침 일찍부터 이어지는 노래와 춤 연습, 요가와 헬스로 몸 만들기 등 빡빡한 일정을 마치면 거의 탈진할 정도라고.
“전문적으로 음악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평소 춤을 즐겼던 것도 아니어서 많이 힘들어요. 하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 저의 감춰진 끼를 발견하고 있는 것 같아요. 데뷔 앨범은 싱글로 4곡 정도 수록될 예정이에요.”
맏언니 격인 팀의 리더 신애는 언뜻 하리수를 연상시키는 외모를 가졌다. 성전환 이전부터 핑클과 함께 CF를 찍은 경험도 있고, 조PD의 ‘날 잊어’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기도 했다. 팀의 메인 보컬인 사하라는 2003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세계 트랜스젠더 미인대회에서 4위에 오를 정도로 완벽한 여성미를 ‘공인’받은 바 있다. 그동안 유명 청바지 모델 등으로 활동했다. 막내 비누는 팀의 래퍼. 재주가 많아 이번 앨범에 수록될 예정인 ‘My way’의 노랫말도 만들었다.
3월 데뷔 음반 발표하는 국내 최초 트랜스젠더 그룹 레이디

신애(28). CF 모델 등으로 활동하다 가수로 데뷔해 팀의 리더를 맡았다.


“이번 기회를 얻고 언니들을 만나게 된 건 행운인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의 시선보다도 제 스스로의 갈등과 고민 때문에 더 힘들었는데, 이렇게 함께 활동하고 생활하다 보니 큰 힘이 되거든요. 아마 언니들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여전히 저 자신을 부정하며 살고 있었겠죠.”

“내 마음과 맞지 않은 몸을 고쳤을 뿐”
세 사람은 트랜스젠더 인터넷 모임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그룹을 만드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만났다고 한다. 그들 사이의 공통된 경험과 고민은 금세 서로를 가깝게 만들었다고.
“ 남성과 여성이라는 벽 사이에서 고민하고 방황의 세월을 보내면서 겪은 아픔도 많아요. 내면은 분명 여성인데 남성의 삶을 강요당했으니까요.”
실제로 막내 비누는 고등학교 1학년을 채 마치지 못하고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다. 사하라 역시 대학 1년을 다니다 그만두었다고. 신애 또한 모델 활동을 하던 당시 아이러니하게도 중성적인 이미지를 내세워야만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에게 향한 측은한 시선이나 성적인 호기심은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3월 데뷔 음반 발표하는 국내 최초 트랜스젠더 그룹 레이디

사하라(24). 세계 트랜스젠더 미인대회 출신으로 메인 보컬을 담당한다.


“트랜스젠더 하면 많은 사람들은 ‘계집애 같은 녀석’이라는 놀림과 왕따를 당했을 것이다, 어둡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하고 생각하잖아요. 또 성적으로 묘한 시선을 던지고요. 우리가 성전환을 한 것은 내 안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일 뿐이에요. 정신과 육체가 같지 않은데 정신은 고치기 힘이 드니까 육체를 고친 거죠.”
하지만 커밍아웃을 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다고 한다. 가족들의 눈치도 보였지만 그럴수록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트랜스젠더에게 가장 힘든 것은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사실이에요. 아직까지 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아 일할 수 있는 분야가 별로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긴 채 유흥 관련 업소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죠. 아무리 능력이 있는 사람도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대부분은 그 사람의 능력만을 보지 않거든요. 저희가 가수로 데뷔하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3월 데뷔 음반 발표하는 국내 최초 트랜스젠더 그룹 레이디

비누(21). 작사와 랩 솜씨가 뛰어난 팀의 막내.


때문에 그들은 애써 ‘성 소수자를 대변한다’고 목소리 높이지 않는다. 자신들도 사회 구성원의 하나이며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라고. 또 돈과 명예, 인기를 얻고 싶다고 당당히 말한다.
곧 만나게 될 이들의 음악은 가벼운 댄스곡. 하지만 안무와 의상은 파격적일 것이라고 한다. 또한 데뷔앨범 발표와 함께 누드 화보집도 출간할 예정이라고.
때문에 요즘 인터넷에선 이들의 등장과 활동에 대해 열띤 논쟁이 붙었다. 한 포털 사이트의 음악 코너에 이들이 소개된 후 당일 7백여 명이 댓글을 달 정도로 호기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아가는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는 호의적인 글과 ‘이 또한 성 상품화의 하나’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룹 ‘레이디’가 트랜스젠더라는 호기심에서 끝날 것인지, 가수로서 노래실력과 끼를 인정받을 것인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대중의 평가가 내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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