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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대단한 도전

히말라야 등반하고 돌아온 장애인 방송인 ‘엄지공주’ 윤선아

“장애인과 비장애인 함께 한 행복한 체험,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면 좋겠어요”

■ 글ㆍ김정은‘여성동아 인턴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5.03.10 15:48:00

뼈가 잘 형성되지 않고 쉽게 부러지는 ‘선천성 골형성 부전증’이라는 희귀 장애를 앓고 있는 신체 장애 1급의 윤선아씨. 현재 KBS 3라디오에서 ‘윤선아의 노래 선물’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그가 지난 2월 초 히말라야를 등반하고 돌아왔다. 그가 들려준 11박12일의 여행기 & 잊지 못할 산상 결혼식의 추억.
히말라야 등반하고 돌아온 장애인 방송인 ‘엄지공주’ 윤선아

120cm 밖에 되지 않는 작은 키의 ‘엄지공주’ 윤선아씨(26). 작은 얼굴에 동글동글한 눈, 톡톡 튀는 목소리가 매력적인 그는 현재 KBS 3라디오(AM 639Khz)에서 매일 낮 12시부터 1시간 동안 방송되는 ‘윤선아의 노래 선물’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초 KBS가 주최한 ‘장애인 방송인 선발대회’에서 똑 부러지는 말솜씨와 다양한 성대 모사로 대상을 받으며 라디오 DJ의 꿈을 이룬 그는 선천성 골형성 부전증이라는 희귀 장애를 앓고 있는 1급 신체 장애인이다.
그런 그가 얼마전 ‘윤선아의 노래 선물’ 제작진이 기획한 프로젝트 달성을 위해 만년설이 뒤덮인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를 등반하고 돌아왔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을 중심으로 윤선아씨를 비롯한 장애인 10명과 비장애인 10명이 한 사람씩 짝을 이루고, 여기에 제작진과 의료진, 보도진까지 총 38명이 함께 한 이번 일정은 안나푸르나봉 푼힐 전망대를 목표로 11박12일간 계속되었다.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에요. 처음에는 ‘나 혼자 힘으로 정상까지 올라가 보자’고 결심했지만 막상 가보니 생각보다 힘들어서 다른 분들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했어요. 푼힐 정상까지 올라가는 데 사흘, 내려오는 데 이틀이 걸렸는데 매일 6~8시간씩 산행을 했거든요. 푼힐로 올라가는 길은 거친 돌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는데다 계단 높이가 제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경우도 있어서 도움 없이는 오르는 게 불가능했어요. 하지만 그렇게 도움을 받아 올라가니까 서로 더욱 친밀해지는 것 같았고 그때서야 왜 짝을 지어서 등반을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선천성 골형성 부전증으로 자라지 않은 키 때문에 사춘기 시절 마음고생 심해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뼈가 부러졌다는 윤선아씨가 앓고 있는 ‘선천성 골형성 부전증’은 뼈가 잘 형성되지 않고 쉽게 부러지는 병. 남들과 똑같이 넘어져도 심각한 골절상을 입는 이 병 때문에 그의 키는 어느 순간 성장을 멈췄다. 어릴 때는 심지어 목욕을 하고 나서 옷을 갈아입다가도 뼈가 부러질 정도였는데, 한번 부러지면 혼자 화장실에도 갈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고 한다. 유난히 뼈가 잘 부러지던 어린 시절에는 심지어 바닥에 묻어 있는 물기만 봐도 넘어지는 상상을 할 정도로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고.
하지만 그의 부모님은 그가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일반 초중고에 진학시켰다.
“아버지와 함께 등·하교를 한 것은 물론이고 어머니는 저를 화장실에 데려다 주기 위해 하루에 세 번씩 꼬박꼬박 학교를 오가셨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부모님의 지극 정성 덕분에 이렇게 밝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내가 남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한동안 참 힘들었어요.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것 같았으니까요.”
어려서부터 방송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그는 대학 시절부터 일찌감치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사이버 자키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던 중 지난해 ‘장애인 방송인을 모집한다’는 KBS의 광고가 그의 눈에 띄었고 혼자 4명의 인물을 연기해 녹음한 테이프를 방송국에 보냈다. 예선을 통과한 그는 곧 본선을 치렀고, 대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또 이를 계기로 지난해 4월부터 장애인 대상의 KBS 3라디오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히말라야 등반하고 돌아온 장애인 방송인 ‘엄지공주’ 윤선아

“장애인들은 소극적인 편이라 방송에 잘 참여하지는 않으시지만 종종 제 방송이 힘이 된다는 사연을 접하면 뿌듯해요. 장애인이라고 남들과 다를 것은 없어요. 비장애인들이 좋아하는 것들은 장애인들도 좋아한답니다. 저도 항상 그런 마음으로 방송을 하고 있고요. 앞으로도 저희 방송이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거리를 좁혀 나가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희망원정대, 히말라야에 가다!’ 프로젝트는 지난해 10월 조휴정 PD(42)가 이 프로그램에 합류하면서 처음 기획되었다고 한다. 조 PD는 기존의 무겁고 딱딱한 장애인 대상 프로그램이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골을 더 깊게 하는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그 사이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을 찾아 고민하다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떠나는 해외여행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사실 처음 저희가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의도는 ‘장애인의 도전’이나 ‘한계 극복’이 아니에요. 장애인들은 생활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해외여행 한 번 못간 사람이 대부분이죠. 이들에게 잊지 못할 여행의 추억을 심어주고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무엇인가를 재미있게 체험한다는 컨셉트로 기획한 것이었는데, 많은 분들이 장애인하고 어디를 간다고 하니까 도전, 극복 같은 것만 떠올리더라고요. 희망원정대의 모토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행복한 체험’이에요. 서로를 잘 알기 위해 떠난 길이었고, 지금 결과는 대만족이에요. 어제도 여행에 동참했던 사람들이 다들 모여서 밤새 이야기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니까요.”
제작진은 지난해 11월 한 달간 수기를 공모한 다음 면접을 통해 장시간 등반이 가능한 9명의 장애인을 뽑았고 이들을 도와줄 멘토들을 선정해 두 차례 예비 산행을 갖는 등 철저한 준비를 마쳤다. 한국암웨이, 한화그룹, 트렉스타, 한국EMC 등의 간부들과 가수 서영은이 멘토로 참여했는데, 윤선아와 제작진들은 멘토들 없이는 성공적인 등반이 불가능했을 거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두 최선을 다해 주셨어요. 한 시각 장애인의 멘토는 개울을 건널 때 일부러 멀리서 돌을 옮겨다가 그 친구 발밑에 놓아 임시로 다리를 만들어 그 친구가 안전하게 건너갈 수 있게 도와 주셨어요. 그러느라 일행에서 잠시 뒤처지기까지 했지만 묵묵히 계속 하시더군요. 소아마비를 앓는 장애인의 멘토는 식사 중인 장애인의 다리를 자기 무릎 위에 올려놓고 주물러 주기도 하셨어요. 한분 한분 나름의 고충이 있었을 텐데 묵묵히 장애인들과 함께 하시는 모습에 매우 감동받았어요. 그런데 그분들이 오히려 ‘다녀온 뒤 인생이 바뀌었다’며 저희에게 고맙다고 하셔서 정말 뿌듯했어요.”
산상 결혼식과 푼힐 전망대에서의 일출 잊을 수 없어
윤선아씨에게 이번 등반의 의미는 더욱 특별하다. 히말라야 등반 중 남편 변희철씨(26)와 산상 결혼식을 올렸기 때문. 윤선아씨가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던 2001년 그의 팬을 자청한 변씨의 끈질긴 구애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만난 지 1년 반 만에 당시 남편이 살던 강릉에 보금자리를 꾸미고 함께 살기 시작했다. 결혼식을 올리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을 이들을 위해 제작진이 특별히 준비한 이벤트가 바로 산상 결혼식. 하지만 만년설이 뒤덮인 고라파니 언덕에서 한복을 입고 결혼식을 올린 그는 정작 “너무 추워서 속으로 빨리 끝나기만 바랐다”고 말하며 웃었다. 하지만 결혼식이 끝나고 네팔 현지인들이 결혼을 축하해 주기 위해 특별히 잡은 염소 고기와 직접 구운 빵으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모두 하나가 되어 ‘희망원정대 송’을 불렀던 그날 밤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냐며 소감을 덧붙였다.

히말라야 등반하고 돌아온 장애인 방송인 ‘엄지공주’ 윤선아

네팔에서 행운을 상징한다는 흰 메기와 청 두꺼비를 연이어 만나는 등 이들에게는 일정 내내 행운이 뒤따랐는데, 비가 오는 날도 있었지만 다행히도 푼힐 전망대에 오르던 날은 날씨가 매우 좋아 푼힐을 둘러싼 안나푸르나의 다른 봉우리들을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는 현지인들에게도 흔치 않은 일이라고. 새벽부터 강행군해 오른 푼힐 전망대에서 일출을 맞던 순간, 참가자들 모두 서로를 얼싸안고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기회가 된다면 이번 1기에 이어 2기, 3기 희망원정대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윤선아씨와 ‘윤선아의 노래 선물’ 제작진은 등반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도 희망원정대원글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매일같이 만난다고 한다. 얼마전에는 엄홍길 대장의 이름에서 딴 ‘길’과 그들이 다녀온 히말라야까지의 ‘길’을 의미하는 ‘길사랑’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한 달에 한 번씩 다 함께 산행길에 오르기로 약속했다고. 윤선아씨와 장애인들, 그리고 함께 떠났던 희망원정대원들 모두의 우정이 히말라야의 만년설만큼이나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기대해본다.
▶ 히말라야 등반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윤선아씨는 앞으로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여성동아 2005년 3월 4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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