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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임신을 다룬 영화 ‘제니, 주노’ 국회 시사회 열어 청소년 성교육 문제 제기한 안명옥 의원

“준비되지 않은 10대 임신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남겨요”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장옥경‘자유기고가’ ■ 사진·박해윤 기자, 쇼이스트 제공

입력 2005.03.10 14:44:00

산부인과 전문의 출신인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이 최근 국회에서 중학생의 임신과 출산을 다룬 영화 ‘제니, 주노’의 특별 시사회를 열어 관심을 모았다. 재작년 어린이 성교육서 ‘루나레나의 비밀편지’를 펴내기도 한 그가 들려준 ‘10대 임신의 위험성.’
중학생 임신을 다룬 영화 ‘제니, 주노’ 국회 시사회 열어 청소년 성교육 문제 제기한 안명옥 의원

“영화의 흥행에 찬물을 끼얹을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러나 10대의 임신은 분명 문제가 있어요. 성장이 거의 다 끝나는 18, 19세에는 임신과 출산이 의학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소견도 있습니다만, 영화에서처럼 15세 임신의 경우는 다릅니다. 빈혈로 인해 엄마와 아기의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 저체중아, 태아발육 지연, 조기분만, 태아의 사망률 증가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하거든요.”
15세 중학생 커플의 예기치 않은 임신과 아기를 지키기 위한 고군분투를 다룬 영화 ‘제니, 주노’의 개봉을 앞두고 지난 2월14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특별 시사회를 개최해 관심을 모은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50). 국회의원이 되기 전 차병원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재직할 당시 만화가 황미나씨와 함께 어린이 성교육 만화책 ‘루나레나의 비밀편지’를 펴내고, 차병원 내에 ‘소녀들의 산부인과’ ‘소년들의 비뇨기과’를 만들어 운영하며 청소년 생명교육운동을 펼쳤던 그는 “산부인과 전문의로서의 경험에 비춰볼 때 자라나는 미래의 꿈나무들에게 10대 임신이 가져오는 냉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전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국회 시사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우리 사회에 만연한 10대 낙태 문제에 일침을 가하고 사랑한 후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영화에 담고자 했던 감독의 의도는 좋지만 너무 아름답게 그려 영화를 보고 나서 아쉽고 착잡했다”면서 “15세 임신부가 정상적으로 출산을 하고 양가의 축복 속에 아이가 자라나는 영화의 미화된 설정이 청소년의 임신과 출산을 부추길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10대 임신은 낙태로 이어지는 경우 많고, 출산해도 또 다른 문제 일으켜
“영화 속의 이야기일 뿐, 현실은 결코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아요. 육체적인 문제는 감당할 수 있다 쳐도 정신적으로 성숙한 이들의 임신과 출산인지, 그리고 사회적으로 그런 상황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가까운 주변에서 그런 모습을 허물없이 수용할 자세가 되어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할 문제예요. 아직 우리 사회가 그런 단계에 와 있는 것 같지 않기에 더욱 10대 임신은 재고되어야 합니다.”
이날 시사회에는 국회 보건복지위, 교육위, 여성위 소속 의원과 대학생, 중·고등학생, 학부모 단체회원 등 6백여 명이 참석했는데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반응이 다양했다고 한다. 남자들은 “생명을 구한다는 데 감동했다”는 의견들이 주를 이룬 반면 여자들, 특히 엄마들은 “산 넘어 산인데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것.
“저 역시 그랬어요. 만일 초등학생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나도 열다섯 살만 되면 임신해도 되느냐’는 질문을 한다거나, 여중생이나 남중생이 이 영화를 보고 자기들도 임신하여 아기를 낳아 보겠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단 한 건이라도 생기게 된다면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거예요.”
안 의원이 10대 임신에 대해 반대의 뜻을 밝히자 일부에서는 “그럼 임신하고 아기를 낳지 말자, 즉 낙태를 하라는 것이냐”며 공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꽃 한 송이는 물론이고 길가의 풀 한 포기에 이르기까지 생명은 모두 소중하지만 10대의 임신은 다르다”면서 “생명을 존중해서 아기가 생기면 낳아야 한다, 아니다라는 논란을 벌이기 이전에 애초에 그들이 생명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학생 임신을 다룬 영화 ‘제니, 주노’ 국회 시사회 열어 청소년 성교육 문제 제기한 안명옥 의원

영화 ‘제니, 주노’는 10대 청소년의 임신을 헤피엔딩으로 그리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10대의 임신은 많은 위험이 따른다고 한다.


“시작부터 함부로 하지 말라는 것이 제 요지입니다. 15세의 임신은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 감수해야 할 상처가 크기 때문이에요. 정신적 충격과 고통 또한 엄청나죠.”
10대는 정신적으로 사춘기를 경험하는 시기이기에 임신이라는 뜻밖의 상황은 남녀 모두에게 엄청난 충격이자 무거운 짐이라고 한다. 두 사람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주변 친구들과 가족들에게도 여파가 미치기 때문에 하나의 정답으로 결론낼 수 없는 어려운 문제라는 것.
안 의원은 ‘제니, 주노’에서는 양가의 축복 속에 아기가 자라지만, 현실에서는 사정이 달라 임신한 아이를 없애는 경우, 낙태는 의학적으로 10대 임신부에게 엄청난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고 한다.
‘제니, 주노’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고 성 문제 토론했으면…
“우리나라에서는 일년에 약 1백50만 건의 낙태가 행해지고 있다고 해요. 의학의 발달로 안전하게 수술이 이루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후유증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아무리 수술을 섬세하게 한다고 해도 자궁내막에 상처를 주어 나중에 임신을 원해도 임신이 되지 않는 신체적인 불임에 이르거나, 임신이 가능해도 태반유착을 일으킬 수 있어 다음 출산 때 출혈과다와 태반의 박리현상으로 심한 경우는 자궁을 들어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죠. 부작용은 신체에만 한정되지 않아요. 정신적으로도 후유증이 커서 죄의식이나 상실감, 슬픔, 공허감, 자기부정, 성적인 장애 같은 문제를 남길 수 있습니다.”
그는 설령 영화에서처럼 양가 허락하에 청소년기에 아이를 낳아 키운다고 해도 문제가 끝나는 건 아니라면서 “부모가 미성년이라 아이의 호적 처리도 문제고, 아이가 나중에 정상적인 성인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열등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대 임신은 사회적 통념으로 볼 때 본인들 스스로 실패의 고통을 선택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한다. 미국의 경우 10대에 임신한 사람들을 5년에서 15년 동안 추적한 결과, 대부분 고등교육을 받는 데 실패했고 그중 3분의 1은 정부 보조금을 받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고 한다. 또 아기를 부양할 직업을 제대로 갖지 못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부모로서 자신들의 아기를 기를 수 있는 독립을 하지 못한다는 현실도 분명 실패라는 것. 그는 “선택은 자유지만, 책임지고 기를 수 없다면 그것은 선택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17대 국회의 보건복지위원회에 소속되어 있는 안명옥 의원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인 저 출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한 법안들 가운데는 출산율을 높이는 작업도 필요하지만, 이미 태어난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는 데도 사회가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대목이 들어 있다고 한다.
“모든 아기는 충만한 사랑 속에서 태어나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라나 죽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말로 한 번의 섹스에도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무책임한 성 행위로 인해 임신, 낙태, 심지어 영아유기 사건 같은 엄청난 일들이 파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학생 임신을 다룬 영화 ‘제니, 주노’ 국회 시사회 열어 청소년 성교육 문제 제기한 안명옥 의원

안명옥 의원은 만화가 황미나씨와 함께 어린이 성교육 만화를 펴낸 바 있다.


그는 단 한 번의 관계로도 에이즈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섹스를 할 때는 성과 사랑과 건강에 대한 깊은 숙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어도 성과 결혼에 대한 확고한 가치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는 “청소년들에게 인생을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되어 결혼을 하고 계획 임신을 통해 축복 속에서 아기를 낳는 것이 그 아이의 장래를 위해 얼마나 값지고 중요한 일인지를 가정과 학교에서 주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10대들의 무분별한 성 행태를 놓고 그들만 나무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인터넷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음란물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우리 사회의 이런 현상은 어느 한두 사람의 노력만으로 통제하거나 규제할 수 없는 지경에 와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 사회가 건강한 성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의 건강한 정신과 육체가 건전한 성생활로 이어질 때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건강한 가정, 건강한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
“그런 점들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는 것이 저의 결론입니다. 제 바람은 ‘제니, 주노’를 청소년들끼리 보지 말고 부모와 함께 보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성에 대한 충분한 토론과 교육이 가정 내에서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여성동아 2005년 3월 4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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