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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충격사건의 전말

임신했다 속여 동거남과 결혼 후 신생아 유괴 청부, 생모 암매장… ‘가출 주부 김씨의 헛된 욕망과 집착이 낳은 비극’

■ 기획·최호열 기자 ■ 글·백경선‘자유기고가’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5.03.03 11:10:00

자식까지 둔 30대 가출 주부가 임신했다고 속여 동거 중인 연하남과 결혼한 후, 사람을 시켜 신생아를 유괴해 자기가 낳은 것처럼 키워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더구나 아이를 납치하는 과정에서 청부업자들이 생모를 살해한 것으로 밝혀진 끔찍한 사건의 전말을 취재했다.
임신했다 속여 동거남과 결혼 후 신생아 유괴 청부, 생모 암매장… ‘가출 주부 김씨의 헛된 욕망과 집착이 낳은 비극’

지난1월24일 오전 서울 강남경찰서 형사계에서는 8개월 만의 극적인 재회가 있었다. 친엄마를 죽음으로 내몬 여성을 엄마로 알고 자라던 아이가 친아버지를 만난 것. 아이의 친아버지 박씨(39)는 아내가 숨진 채 발견된 후에도 꿈에서 아들이 보여 살아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아들을 되찾게 되자 그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듯 “잘 있었어?”라는 말만 건넨 채 연신 눈물만 흘렸다.
하루 전날 똑같은 장소에서 아이의 또 다른 아버지 최씨(32)는 “내 아들을 내줄 수 없다”며 눈물을 쏟았다. 이처럼 하루 간격으로 같은 장소에서 같은 아이를 두고 두 아버지가 눈물을 흘린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월22일 오전 11시경 경찰차를 타고 강남 삼릉 사거리 부근을 순찰 중이던 강남경찰서 소속 김행영 경장은 지나가는 소나타Ⅲ 차량번호를 조회하다 뺑소니로 수배된 차임을 알게 됐다. 김 경장은 검문을 하기 위해 운전자에게 멈출 것을 지시했지만 차는 멈추지 않고 빨간불이 켜진 사거리를 지나 달리기 시작했다. 김 경장은 뒤쫓기 시작했고, 1km 가량을 도주한 정씨(33) 일행은 차를 버리고 도망가다 지원 나온 경찰에 의해 모두 검거됐다.
경찰은 이들이 단순 뺑소니범치고는 너무 다급하게 도주한 점을 수상히 여겨 차량 내부를 수색했고, 배터리가 빠진 채 방치된 낡은 휴대전화 한 대를 발견했다. 휴대전화에 대해 정씨 일행의 진술이 “아는 여자가 줬다” “길에서 주웠다”는 식으로 엇갈리자 이동통신사에 휴대전화 주인의 신원조회를 의뢰했고, 확인 결과 2004년 6월15일 강원도 고성군 한 야산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고모씨(당시 22·여)의 것으로 밝혀졌다. 그 후 경찰은 이들을 추궁한 끝에 범죄 일체를 자백받았다.
한 아이를 두고 두 아버지가 뜨거운 부정의 눈물 흘려
그들의 자백에 따르면 심부름센터 직원이던 정씨는 지난 2003년 10월 김모씨(37·여)에게 영아 유괴를 의뢰받았다고 한다. 이후 처남 김씨(41), 평소 알고 지내던 박씨(37)와 함께 범행을 공모한 정씨는 2004년 5월24일 경기도 평택의 한 주택가에서 생후 70일된 아들을 안고 걸어가는 고씨를 납치해 목 졸라 살해한 후 암매장하고 아이는 7천만원을 받고 김씨에게 넘겼다는 것.
그런데 정씨가 김씨에게서 미리 받은 청부 착수금으로 승용차를 구입했는데 범행 전인 2004년 5월2일 충남 천안에서 오토바이와 사고를 내고 달아나 ‘뺑소니 차량’으로 수배된 상태였다. 평택경찰서와 고성경찰서가 7개월이 넘도록 수사를 하면서도 해결하지 못한 살인사건이 뜻밖에도 차량검문으로 밝혀진 셈이다.
경찰은 공범이 잡힌 걸 알면 혹시라도 김씨가 아기에게 해를 끼칠까봐 납치범들에게 범행을 자백받은 후 곧바로 경기도 광주에 있는 김씨의 집을 급습했다. 1월23일 오전 6시경, 잠을 자다 갑자기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알게 된 김씨의 동거남 최씨는 “믿을 수 없다”며 경찰에 거세게 항의했고, 그날 오후에는 변호사와 함께 경찰서를 찾아와 “아들을 돌려달라”며 오열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두 아이를 둔 가정주부였던 김씨는 2003년 3월 서울 중랑구 중화동에 있는 한 나이트클럽에서 최씨를 처음 만났다고 한다. 당시 경제적인 문제를 일으킨 채 가출한 김씨는 최씨와 5월부터 동거를 시작했고, 전 남편과 이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같은 해 11월에는 임신했다고 속여 결혼식까지 올렸다. 이때, 김씨는 기혼인 사실을 숨기기 위해 결혼식에 심부름센터 직원 9명을 친척으로 위장해 참석시켰는데, 그 과정에서 아이 유괴를 청부한 정씨와 알게 됐다고 한다.

임신했다 속여 동거남과 결혼 후 신생아 유괴 청부, 생모 암매장… ‘가출 주부 김씨의 헛된 욕망과 집착이 낳은 비극’

8개월 만에 잃었던 아이를 되찾은 친부 박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임신했다고 속이고 결혼식은 올렸지만, 김씨는 불임 상태였다. 끝까지 최씨를 속이기 위해 아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김씨는 심부름센터 직원 정씨에게 7천만원을 주겠다며 영아 유괴를 의뢰했다. 그리고 “첫 임신이라 배가 크게 불러오지 않는다”며 최씨를 속이는가 하면 2004년 2월엔 “미국에 있는 친정에서 출산하겠다”고 말하고는 집을 나와 친구 집에서 한달 가량 머물다 돌아오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기가 신생아라 비행기 탑승이 어려워 나중에 외삼촌이 데려올 것”이라며 시집 식구들까지 속였다고 한다. 게다가 원정 출산을 이유로 시아버지에게 4천만원을 받아내 그것을 청부 착수금으로 쓰기까지 했다는 것.
사건을 담당했던 강남경찰서 형사계 이용우 경위는 “김씨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최씨를 붙잡고 싶었으며, 그 사람 없이는 살 수 없을 것만 같았다’고 진술했다”며 “한 여자의 헛된 욕망과 집착이 너무나 큰 비극을 초래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경위는 또한 “정씨 일당과 김씨는 지난 2월1일 강남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돼 수사 중이며, 이들은 살인 및 사체 유기 그리고 미성년자 약취 등의 혐의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게 될 것”이며 “아이는 현재 친부인 박씨의 여동생이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 사건이 보도된 후 김씨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정작 그에게 속아 살았던 최씨는 “처음에 사실을 알았을 땐 밉고 원망스러웠지만,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김씨를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면회도 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김씨가 계속 혼인신고를 미루자 아기를 먼저 ‘혼외자(婚外子)’로 자신의 호적에 올렸던 최씨는 친자식인 줄 알고 키우던 아이를 보내며 “친부에게 가서 잘 자라길 바란다”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가 먹던 우유며 입던 옷들을 고스란히 챙겨 경찰을 통해 박씨에게 건네주었다고.
아이의 친부인 박씨 역시 아내를 죽게 한 원수에 대한 미움보다는 아들에 대한 사랑이 더 큰 만큼, 이 경위를 통해 구속된 김씨로부터 아들이 잘 먹는 우유나 간식 등에 대한 정보와 병원치료 기록이 담긴 아기수첩을 건네받았다고 한다.
비극적 사건의 희생자인 두 사람의 상처가 하루빨리 아물고, 친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간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란다.

여성동아 2005년 3월 4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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