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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여성동아 기자가 다녀왔어요

김동희 기자의 일본 가고시마 여행기

“모래찜질온천,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곳”

■ 글·김동희 ■ 사진·가고시마 이와사키호텔 제공(02-598-2952, www.iwasakihotels.com/kr)

2005. 02. 02

가고시마는 온천과 빼어난 자연경관, 온화한 날씨를 두루 갖춘 휴양지. 아직은 다른 지역보다 덜 알려져 소박하면서도 순수한 멋을 잃지 않고 있는 곳이다.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말끔하게 씻어주는 가고시마에 다녀왔다.

김동희 기자의 일본 가고시마 여행기

일본은크게 홋카이도, 혼슈, 시코쿠, 규슈 4개 섬으로 이뤄져 있는데 가고시마는 가장 남쪽 섬인 규슈의 맨 끝에 자리해 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1시간 반 정도 비행하면 아담한 크기의 가고시마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공항을 나서면 가장 먼저 가고시마의 상징인 사쿠라지마 화산이 눈에 들어온다. 날마다 연기를 뿜어내는 사쿠라지마 화산은 이따금 화산재를 눈발처럼 뿜어내 5~10cm까지 쌓인 적도 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한일정상회담이 열린 이부스키시는 공항에서 차로 1시간 반 정도 거리에 있다. 경관이 아름답고 일본 고이즈미 총리 부친의 고향이라는 인연으로 회담 장소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점심 식사로 가고시마 특산물인 흑돼지로 만든 돈가스를 먹고 이부스키 북서쪽 치란에 있는 민속 마을을 방문했다. 사무라이들이 살던 가옥을 보존한 이곳에서는 물을 사용하지 않고 계곡과 연못 등의 이미지를 표현한 건식(乾式) 정원과, 담 너머로 보이는 산 등의 자연경관과 어울리도록 정원을 설계해 자신의 정원에서 산수화를 즐기듯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차경(借景: 경치를 빌려온다는 의미) 양식을 이용한 정원 등 다양한 일본의 전통 정원 양식을 살펴볼 수 있었다. 치란은 차 재배지로도 유명한데 몸에 좋은 미네랄을 함유한 물이 레몬을 넣은 듯 상큼해 맛있는 차를 맛볼 수 있다고.
다음에 들른 곳은 이부스키 골프클럽. 가고시마엔 모두 32개의 골프장이 있는데 겨울에도 골프장이 개장한다. 이부스키 골프클럽은 매년 카시오월드오픈이 개최되는 명문 골프장으로 98년엔 타이거 우즈, 2001년엔 아니카 소렌스탐이 다녀갔다고 한다. 후지산과 비슷하게 생겨 사쓰마후지(사쓰마는 가고시마의 옛지명)라는 별명을 가진 가이몬다케 산기슭의 지형을 살린 코스가 특징. 일본 열도의 최남단에서 태평양을 향해 샷을 날리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한다.
어스름이 깔릴 무렵 이부스키 이와사키호텔에 여장을 풀고 피부에 좋은 유황성분과 광물질을 함유한 검은 모래사장이 펼쳐진 바닷가로 나갔다. 호텔에서 일러준 대로 맨몸에 얇은 유카타만 걸친 채 온천수로 덥혀진 모래사장으로 나가니 직원들이 모래를 파서 사람이 누울 수 있게 해놓았다. 머리 뒤에 수건을 깔고 모래 구덩이에 누우니 직원들이 몸 위에 알맞게 모래를 덮어준다. 온돌방에서 몸을 지지듯 기분 좋은 뜨끈함을 즐기며 하늘을 보고 누워 있는 사이 여행의 피로는 어느덧 날아가 버린다.

천년 이상 사는 삼나무로 유명한 야쿠시마
김동희 기자의 일본 가고시마 여행기

1_ 가고시마의 명물 모래찜질 온천.<br>2_ 2천 년 된 삼나무. 그루터기 위에 새로 삼나무가 돋아나 2대째 삼나무라는 뜻으로 니다이스기(二代杉)라고 불린다.


이부스키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2시간 정도 가면 야쿠시마가 나타난다. 야쿠시마는 해발 고도 1,800m가 넘는 산이 7개나 되고 아열대에서 한대까지 다양한 기후대가 분포해 일본에 자생하는 식물의 70%를 볼 수 있는 곳으로 94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야쿠시마에서 특히 유명한 것은 천년 이상 사는 삼나무인 야쿠스기. 보통 삼나무의 수명은 5백 년 정도지만 이곳의 삼나무는 부패를 막아주는 기름을 20% 이상 함유하고 고지대의 낮은 온도, 태풍 등 자연의 시련을 거치면서 강해져 오래 산다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7천 년 된 삼나무가 있는 야쿠시마의 원시림에서 영감을 얻어 ‘원령공주’를 제작했으며 스케치를 위해 등산 코스로 꼬박 하루가 걸리는 곳을 세 차례나 탐사했다고 한다.

김동희 기자의 일본 가고시마 여행기

3_ 이부스키항과 야쿠시마 사이를 운항하는 쾌속선.<br>4_ 겨울에도 개장하는이부스키 골프클럽.<br>5_ 가고시마와 인근 섬에서는 보라빛 도는 고구마 등 다양한 품종의 고구마가 재배된다.


차를 타고 가파르게 경사진 산길을 오르면 7천 년 된 삼나무는 보지 못하더라도 2천 년 된 니다이스기(二代杉)와 3천 년 된 삼나무인 기겐스기(紀元杉) 등을 볼 수 있다.
삼림욕을 마치면 노천 유황온천이 기다리고 있다. 뒤로는 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앞으로는 탁 트인 바다가 펼쳐진 야쿠시마 이와사키호텔에서 뜨겁고 매끈거리는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별을 바라보는 가운데 고요히 밤이 깊어간다.
야쿠시마 인근의 다네가시마는 야쿠시마와는 반대로 산이 없는 섬. 해안 절벽이 어디나 그림같이 아름답고, 겨울에도 서핑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네가시마 최남단의 가도쿠라미사키 전망대에 서면 오른쪽으로는 동중국해, 왼쪽으로는 태평양이 펼쳐진다.
다네가시마는 일본에 최초로 고구마가 전래된 곳이기도 하다. 고구마로 만든 다양한 떡과 과자를 맛볼 수 있으며 특히 고구마소주는 일본 전역에서 인기가 높다고. 고구마소주에 날치로 만든 어묵을 곁들이면 별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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