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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이 남자의 제안

동국대 김무곤 교수의 ‘이제 바꿔야 하는 부부 사랑법’

“부부 중심의 가족으로 돌아가라!”

■ 글·구미화 기자 ■ 사진·김성남 기자

2004. 05. 10

지난해 가을 ‘NQ로 살아라’를 펴내고 행복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IQ, EQ보다 남에게 먼저 베풀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동국대 김무곤 교수. 최근 그가 ‘부부 중심의 가족으로 돌아가라’고 주장하고 나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부부만의 시간을 포기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요즘 부모들에게 부부와 자녀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동국대 김무곤 교수의 ‘이제 바꿔야 하는 부부 사랑법’

한사람이라도 더 제치고 나아가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치열한 경쟁시대에 아무런 조건없이 베풀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NQ 바람’을 일으켰던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김무곤 교수(43). 그가 최근 주부들 사이에서 다시 화제의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얼마전 KBS 아침프로그램 ‘이홍렬 박주미의 여유만만’에 출연해 아이들을 위한 희생을 부모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는 엄마들에게 아이들보다 남편을 챙기고, 바깥으로 나도는 남편들은 집으로 돌아가라고 충고한 것이다.
방송 이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부부가 평생 행복을 함께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칭찬해주고, 쓰다듬어줘야 한다는 강의내용 하나 하나가 가슴에 와 닿았다” “인간관계에서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특히 부부 사이에 더욱 그렇다” “한때 이혼하려고 법원까지 간 적도 있지만 지금은 남편이 유일하게 기대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삶의 보람을 느끼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살고 있다. 더 행복하고 싶다면 조금씩 유치하게 살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등 강의내용에 공감하는 시청자 반응이 속속 올라왔다.
실제 한 여자의 남편이며,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아버지인 그가 어떤 이유로 이러한 주장을 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특히 남자들이 집에 들어갈 생각을 안 해요. 자꾸 바깥으로만 돌려고 하거든요. 집에 돌아가도 설자리가 없기 때문이죠.”
김교수는 우리나라가 언제부턴가 급격하게 ‘모자가정’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모든 정성을 쏟아붓고, 남편은 밖에서 돈벌어오는 기계에 불과하다는 것. 과거에는 아버지의 말과 행동 하나 하나가 아이들에게 귀한 정보가 됐지만 요즘은 아이들이 TV와 인터넷을 통해 아버지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으며 아이들 학업이 집안 대소사보다 우선순위가 되면서 아내는 아이들을 위해 항시 대기상태라 남편은 집 밖에서 서성인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많은 아버지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피나는 투쟁을 하고 있지만 집 안팎의 여건이 여의치 않다고 한다.
배우자에게 관심 갖는 시간 하루 평균 2분 넘지 않아
김교수는 학계, 경제계, 언론계, 종교계, 문화예술계 등 분야를 막론하고 폭넓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마당발’로 통하지만 저녁시간만은 되도록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편이다. 연 이틀 이상 집에 늦게 들어가면 마음이 불편하다고. 그러나 틈틈이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아내와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하는 그 역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부만의 시간을 침해받는다고 한다.
“아내와 둘이 대화를 하고 있으면 아이가 숙제를 들이밀고 들어와요. 그럴 때 아이를 나무라거나 밀쳐내지 못하잖아요. 과거 우리 조상들의 경우 저녁이 되면 자식들이 안방 출입을 할 수 없었는데 말이에요.”
그는 부부만의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로 사회의 산업화를 꼽았다. 사람들이 일 중심의 생활을 하면서 기업이 개인을 옭아매는 정도가 매우 심각해졌다는 것. 그는 개인이 가족들에게 시간을 투자하고,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치열한 현대사회에서 경쟁력을 잃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사회가 가정에까지 깊숙이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는 부부간의 대화시간도 나날이 줄어들게 마련.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이 배우자의 일을 도와주는 등 상대방을 보살피는데 쓰는 시간이 하루 평균 2분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나날이 증가하는 이혼율은 부부간의 대화단절을 보여주는 이러한 통계와 무관하지 않다.

동국대 김무곤 교수의 ‘이제 바꿔야 하는 부부 사랑법’

김교수는 이혼률이 높아지면서 급속도로 전통 가족형태가 붕괴되는 것도 문제지만 같이 살면서도 부부 사이에 아무런 대화없이, 아내는 자식들에게만 관심을 쏟고, 남편은 밖으로만 도는 것도 매우 위험해보인다고 한다. 특히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며 자녀들에게 “공부해라” 라고 말하기보다 아버지가 먼저 공부하고 책읽는 모습을 보여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공부하도록 하는 교육법을 주장하고 몸소 실천해온 그로서는 부모가 서로 아끼며 사랑하고, 둘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모습이야말로 자식들에게 행복하게 사는 법을 가르치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부부가 자식들에 대한 기대로 가득차 자식들만 바라보고 살면 오히려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고, 아이들이 제 갈 길을 찾아 나아갈 때 부모의 실망과 허탈감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난 것 또한 부부중심의 가족을 요구하는 대목이다. 정년 퇴직한 뒤에도 부부가 20∼30년은 함께 살아야 하는 시대에 부부 금실이 나쁘면 노후가 끔찍할 것이기 때문.
부부 사이 나쁘면 끔찍한 노년 보내야 해
그는 자식 중심으로 변형된 가족 형태를 부부 중심으로 회복하기 위해 먼저 부부 중심의 가족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부부 커뮤니케이션을 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부 단둘이 갖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장은 ‘저 인간하고 같이 있는 시간이 죽도록 싫다’ 하는 생각이 들어도 노력해야 해요. 부부가 공유한 게 없으면 훗날 남편이 정년퇴직을 하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을 때 결혼하고 30년을 같이 산 부부도 마치 30년 만에 처음 만난 사람처럼 낯설고 어색하거든요.”
김교수는 무엇보다 부부가 같은 취미를 가질 것을 권한다. 마라톤, 산보, 산책, 자전거 타기 등은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운동들. 김교수는 특히 부부가 여행을 함께하면 여러모로 얻는 것이 많다고 한다.
“지인 중에 부부가 평생 1천 개 절을 답사하기로 한 분들이 있어요. 대개 사찰들이 경치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잖아요. 그렇게 몇 년간 매주 절을 찾다보면 경치좋은 곳에서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맛난 음식 먹고, 산에 오르니 운동도 절로 되지요.”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남편과 아내 둘 다 노력해야할 부분이 많다.
“함께 놀러갔는데 남편이 카메라를 들고 들꽃을 촬영하느라 정신이 없으면 아내는 투덜거릴 게 아니라 그 옆에서 나물을 캐면 되요. 그리고 아내가 어디 좀 다녀오자고 하면 남편들은 대개 도로 사정 운운하며 회피할 때가 많은데 차가 밀린다고 스트레스 받거나 짜증낼 필요가 없어요. 그건 아내의 잘못이 아니라 여행의 한 부분이니까요.”
그러나 고등학생과 초등학생, 두 아이를 둔 김교수 역시 아이들 때문에 매주 멀리 여행을 가기는 어려운 처지다. 김교수는 대신 틈틈이 아내와 단둘이 외출을 하는데 요즘은 집을 보러 다니는 데 재미를 붙였다고.
“이사갈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좋은 집 구경다녀요(웃음). 얼마 전엔 한남동 UN빌리지를 보고 왔어요. 어떻게 생겼나 궁금했거든요.”
김교수는 또 아내와 함께 얼마전부터 노후를 보낼 곳을 보러다닌다고 한다. 20년 뒤 현직에서 물러난 뒤에 준비하기 시작하면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그리고 체력적으로 부담스러울 것 같기 때문. 그래서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노후에 살고 싶은 지역을 정했는데 현재 부산, 경주, 통영 등 3곳으로 범위를 좁혔다고.
“우리 둘다 해산물이 풍부한 바닷가를 좋아하거든요. 처음엔 여러 곳이 나왔는데 세 곳으로 최종 후보를 정했어요. 부산 지역은 이미 샅샅이 돌아봤고, 이번주나 다음주쯤 다른 곳도 보러가려고요.”
이외에도 부부가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거나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가는 것도 부부 사이의 대화를 늘리는 방법. 둘이 앉아 TV를 보며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나 연예인에 대해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부부사이를 돈독하게 한다.


동국대 김무곤 교수의 ‘이제 바꿔야 하는 부부 사랑법’

김무곤 교수는 틈틈이 아내와 단둘이 외출을 하는데 요즘은 집을 보러 다니는데 재미를 붙였다고.


“제 친구 중 하나는 아내가 프로야구광이에요. 간혹 아내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를 좋아하면 ‘뭘 그런 거에 빠지냐’며 못마땅해하거나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친구는 해외에 나갈 일이 있으면 야구와 관련된 것들을 꼭 사다주더라고요. 잡지 같은 것도 챙겨주고요.”
그렇게 상대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자연스럽게 대화의 소재가 다양해지고, 서로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김교수는 이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부부가 취미를 공유하면서 함께 학습하는 ‘학습가족’이 되어볼 것을 제안했다.
“남편들은 지금부터라도 아내와 함께 노는 버릇을 들여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가족들과 어울릴 기회가 없어져요. 부부동반 모임에서 남자들끼리 술 마시고, 여자들은 따로 앉아 자식 자랑하는 건 이제 촌스러운 얘기예요. 함께 운동을 한다든가 해서 부부가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하죠. 이탈리아 요리, 와인, 목공예 등 취미를 정해 부부가 함께 빠져들어 공부하는 것도 좋아요. 얼마전 한 60대 부부가 히말라야를 함께 등반했어요. 물론 정상까지 오르지는 못했지만 사전에 둘이서 공부하고 준비했기 때문에 그런 도전이 가능했던 겁니다.”

행복한 부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취미를 공유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으로 김교수는 부부가 서로 칭찬을 많이 해주는 것을 꼽았다. 특히 전업주부들은 자기 자신의 능력을 확인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남편들이 아내의 장점을 찾아 칭찬해줘야 한다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요. 부부가 서로 ‘당신이 최고’라고 칭찬해주면 살아가는 재미,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죠. 카사노바들이 여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빼앗는 줄 아세요? 카사노바들은 늘 상대의 좋은 점을 찾아내 칭찬해줘요.”
또한 부부는 철저하게 배우자의 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편이 회사에서 돌아와 직장동료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을 때 “당신이 뭘 잘못했겠지” 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보다 “아니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하며 남편을 편들어줘야 직장에서 격무에 시달리고, 인간관계로 스트레스 받는 남편이 아내만은 내편이라는 믿음과 함께 힘을 얻는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의 건강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사랑해서 한평생을 함께 하기로 하고 결혼했는데 두 사람 중 어느 한 사람이 앓아눕는 것만한 비극이 없기 때문.
“자동차 상태는 수시로 점검하잖아요. 조금만 이상이 있는 것 같아도 정비소로 달려가죠. 그런데 왜 아내 건강은 안 챙길까요? 자동차 마일리지 체크하고, 때 되면 엔진 오일 갈아주듯 아내의 몸에 이상이 없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해요.”
한편 아내는 남편 가슴속에 남아 있는 사내다운 기질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교수는 자식들에겐 컴퓨터를 최신 사양으로 바꿔주지 못해 안달하면서 남편이 좋아하는 물건들을 구입하는 건 아까워하는 아내들의 모습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또 아내가 아이들에게 쏟는 애정과 관심의 10분의 1만 남편에게 쏟아도 부부관계가 아주 좋아질 것이라며 특히 잦은 신체접촉을 강조했다. 김교수는 “미혼의 연인들보다 결혼한 부부들이 훨씬 더 많은 애정표현을 해야 한다”며 “1백 마디 말보다 한번 만지는 것이 훨씬 큰 사랑을 전달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지만 김교수는 정작 부부행복의 첫걸음은 ‘행복한 부부는 없다’ 라는 생각이라고 말한다. ‘행복한 부부의 모습은 이럴 것이다’ 하는 가정이나 환상, ‘행복한 부부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오히려 한 가정을 파괴할 수도 있다는 것. 김교수는 ‘남들은 이렇다는데’ ‘누구 남편은 이랬다는데’ 하는 비교를 하기 시작하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로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높이고, 부부가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이 부부와 자녀 모두 행복해지는 지름길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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