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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희망보고서

‘과외 절대로 시키지 마라’ 저자 노덕임이 얘기하는 ‘억대연봉 엄마노릇’

“그릇된 희생 대신 아이들이 모든 걸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가르치세요”

■ 글·최규정 ■ 사진·박해윤 기자

2004. 04. 12

한 아이를 세상에 태어나게 하고 먹이고 키우며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엄마노릇’은 분명 최고의 고급노동이다. 이 같은 엄마노릇을 적어도 ‘억대연봉’으로 했다고 자부하는 이가 있다. 과외 한번 안 시키고 아들을 서울대에 보낸 후 베스트셀러 ‘과외 절대로 시키지 마라’를 펴냈던 노덕임씨가 들려주는 행복한 ‘엄마노릇’.

‘과외 절대로 시키지 마라’ 저자 노덕임이 얘기하는 ‘억대연봉 엄마노릇’

노덕임씨(47)를 만난 사람은 두번 놀라게 된다. 처음에는 너무나 평범한 모습에 놀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평범함 속에 숨어있는 범상치 않음에 다시 한번 놀란다. 조그만 아파트에 단출하고 소박한 살림, 후덕해 보이는 얼굴과 따뜻한 목소리까지, 노씨는 조금 큰 키를 제외하고는 너무나도 평범한 중년 아줌마의 모습이다.
하지만 올해로 고등학교 2학년인 늦깎이 학생이자 동시에 자녀교육 강사이기도 한 그는 ‘특별한 아줌마’다. 9년 전 이혼의 아픔 속에서도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냈고 자신의 삶을 ‘과외 절대로 시키지 마라’로 엮어내며 인생의 제 2막을 활짝 열어제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도 여느 직장인 못지않게 바쁘게 사는 그는 ‘그저 재미있고 감사할 뿐’이라고 말한다.
“주중에는 동사무소 도서관에서 일을 하고, 일요일에는 제가 40대에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학교에 가요. 거기서 배우는 것 하나하나가 ‘그동안 무슨 재미로 살았나’ 할 정도로 재미있어요. 특히 국어가 너무 좋아요. 한달에 서너 번씩은 강의도 나가고요.”
그가 이번엔 아이들과 함께 가족에세이 ‘억대연봉 엄마노릇’을 펴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병역특례업체에서 근무 중인 아들 진영이(23)와 딸 우주(20)가 함께 집필한 것이다.
“저는 아이들이 아빠가 없는 한부모 가정이라는 환경을 나름대로 잘 극복했다고 생각하는데,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궁금하더라고요.”
지난번에 펴낸 ‘과외 절대로 시키지 마라’에서 불가피하게 이혼하게 된 과정과 그로 인해 겪은 가슴 아픈 사연들을 주로 다루었던 것에 비해 이번 책엔 당당하게 아픔을 극복하고 아이들과 함께 운동도 하고 여행도 가는 행복한 모습들을 담았다. 한부모 가정도 정말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독자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처음엔 보험세일즈하는 여성의 성공담인줄 알고 읽었는데, 제가 혼자 아이들을 키우며 열심히 사는 걸 보고는 힘을 얻었다며 고맙다고 하더군요. 그도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는 날마다 절망에 빠져서 살고 있었대요. 정말 책 낸 보람이 있더라고요.”
이뿐 아니다. 두 아이가 쓴 엄마와 가족에 대한 글들을 보면 세상의 어떤 엄마라도 노씨를 샘내지 않을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 노씨는 선생님이자 친구, 맥가이버, 팬, 행운인 존재였다고 하니 말이다.

새로운 인생의 동반자는 운동, 독서, 글쓰기
하지만 노씨 역시 이혼 당시엔 심한 스트레스와 불면증으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무척 약해져 있었다고 한다. 몸은 말라 있었고, 병원 문턱을 집안 드나들 듯했다. 이런 그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 것은 그 표현대로 순전히 ‘새로 맞은 세 남편’ 덕분이다. 바로 운동과 독서, 글쓰기라는 이름의 남편들이다.

‘과외 절대로 시키지 마라’ 저자 노덕임이 얘기하는 ‘억대연봉 엄마노릇’

그는 한부모에게 정말 필수적인 것이 건강관리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학교 간 시간동안 매일같이 운동을 하면서 잃었던 식욕을 되찾고 건강해진 것은 물론 정신적인 평온까지 얻었다는 것. 특히 집 근처 우면산은 아이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기 좋은 공간으로 노씨 가족의 별장 노릇을 톡톡히 했다고 한다.

“어릴 때는 신문도 주워다 읽을 정도로 책을 좋아했지만 결혼하고는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이혼을 하니까 전부 내 시간이잖아요. 마음대로 책도 보고, 글도 쓸 수 있고….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전남편한테 고마워요. 한때는 그 사람으로 인해서 제가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 사람으로 인해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으니까요.”

특히 책은 그의 마음을 튼튼하게 지켜주는 뿌리가 되었다. 책은 이혼 전후 힘들 때 평안과 용기를 주었고, 언제나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엄마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공부 습관을 길러주는 계기가 됐다.
또한 마음고생과 원망은 글쓰기라는 명약으로 치유했다.
“처음에는 너무 몸이 안 좋으니까 혹시라도 아이들이 혼자 남을 때를 대비해서 아이들을 키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혼자 글을 쓰다보니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예전에는 내가 힘든 건 모두 다른 사람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슬슬 내 잘못도 보이고, 사람에 대한 원망도 사라지더라고요.”
이렇게 아이들이 공부하는 옆에서 매일 글을 쓰면서 그는 글 쓰는 재미, 무언가에 몰두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한다. 한때는 하루에 노트 한권을 다 채울 정도로 열심히 글을 썼고, 이렇게 모인 1백권의 대학노트 덕분에 책까지 출간할 수 있었다.
‘과외 절대로 시키지 마라’ 저자 노덕임이 얘기하는 ‘억대연봉 엄마노릇’

노덕임씨는 한부모 가정이라는 환경을 잘 극복한 아들 진영이와 딸 우주가 자랑스럽기만 하다.


“저는 성공하려면 꼭 자식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의 눈이 가장 큰 스승이거든요. 저도 아이들로 인해 건강하게 살아야겠다, 책도 읽고 글도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나 모두를 위해서 아이와 함께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언제나 엄마노릇에 최선을 다하는 노씨지만 그의 가정교육은 희생이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모든 것을 다해주는 그릇된 희생 대신 ‘체험은 최고의 생존기술’이라며 오히려 아이들이 모든 걸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가르쳤다. 누구든 장을 봐서 밥하고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용돈과 학비를 직접 벌어 쓸 정도로 그의 가족들은 ‘멀티 플레이어’를 자청하고 또 이를 자랑스러워한다.



한부모 가정의 단조로운 가족관계를 보완하기 위해 집안 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아이들을 데려갔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은 물론 외삼촌이나 친척 아저씨들을 만날 기회가 있으면 데리고 가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주었다.
“제가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들 앞에서는 절대 짜증 안내고 신세한탄을 안했어요. 오히려 즐거운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죠. 또 어디를 가든지 아무리 불안하고 힘들더라도 언제나 너희를 지켜주고 돌봐주는 엄마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자주 말해줬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실망시키지 않는 엄마가 되겠노라고.”

‘과외 절대로 시키지 마라’ 저자 노덕임이 얘기하는 ‘억대연봉 엄마노릇’

노씨는 글쓰기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었다고 한다.


흔히들 불행이라 생각하는 이혼의 아픔을 삶의 전환점으로 삼은 강한 엄마 노덕임씨. 그는 불가피하게 이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무엇보다 현실을 빨리 인정하라고 조언한다. 이혼은 나에게만 찾아온 불행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라는 것. 한발짝 더 나아가 ‘다른 삶을 살 기회를 얻은 것’이라고 발상을 전환해 보라고도 권한다. 그것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적으로 넉넉하든 아니든 자기 적성에 맞는 일과 취미를 꼭 만들어야 삶이 활기를 찾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잊지 않는다. 지금 그 자신이 그렇듯.
“공부를 하다보면 날마다 새로운 느낌이 들어요. 고등학교 졸업하면 대학에서 국문학 공부도 할 생각이에요. 죽는 날까지 배우면서 사는 게 제 바람이거든요.”
또다른 계획도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책을 한권 더 내겠다는 것이다. 그때는 자녀교육에서 벗어나 여성의 삶에 대한 책을 쓸 생각이다.
“흔히들 여자를 구원하는 것은 남자라고 생각하는데, 전 여자를 구원하는 것은 여자 자신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열심히 살아야만 남한테 베풀 수도 있는 거고요. 그때는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더 신중하게 공부해서 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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