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STYLE

살아있는 교육

봄방학에 아이와 떠나는 ‘역사 기행’

신라의 고도 경주에서 전쟁의 상흔이 남은 철원까지~

2004. 02. 05

예전에는 짧다는 이유로 이렇다 할 계획 없이 보냈던 봄방학. 새 학년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간임을 깨닫고 아이들에게 산 교육을 시키는 기회로 활용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봄방학을 이용해 짧은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그 중 하나. 이번 봄방학에는 평소 가보기 힘들었던 역사 유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겨보자.

봄방학에 아이와 떠나는 ‘역사 기행’

신라 천년의 찬란한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고도(古都) 경주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큰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유적과 문화재를 품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손꼽히는 곳이 바로 경주 남산과 토함산.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주 남산은 등산로 주변에 널린 바위마다 불상이 조각돼 있는 등 통일신라시대의 찬란한 역사가 살아 있는 자연박물관이다. 그 형상이 자라 같다고 해서 ‘금오산’이라 불렸던 이 산은 해발 468m에 불과하지만 온통 바위로 덮여 있어 언제 봐도 장대하게 느껴진다. 서른 개가 넘는 골짜기마다 절터와 돌부처, 석탑들이 숨어 있는데, 이는 6세기에서 10세기까지 신라인들이 조성해놓은 유적들이다. 가족끼리 오르기에는 삼릉∼금오봉∼용장동으로 통하는 아기자기한 서남산 코스가 적당하다. 남산 역사답사는 남산연구소(054-745-2771)에 의뢰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토함산으로 발길을 돌리면 유명한 유적과 함께 ‘수학여행’의 추억이 떠오른다. 층층의 돌계단이 인상적인 불국사 대웅전 앞에서의 사진촬영, 숨을 헐떡거리며 석굴암까지 올랐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당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것도 쏠쏠한 재미.
봄방학에 아이와 떠나는 ‘역사 기행’

경주의 동쪽에 자리잡은 토함산(745m)은 신라의 얼이 깃든 영산으로 태백산맥 남단에 있다. 일출명소로도 유명해 토함산 석굴암에서 바라보는 아침풍경은 해운대의 저녁달, 부전고원, 한라산의 고봉, 백두산의 천지, 압록강 뗏목풍경, 금강산의 1만2천봉, 대동강의 을밀대와 함께 대한팔경 중 하나로 꼽힌다. 감포 앞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토함산 위로 떠오르는 해돋이의 장관은 말로 형언키 어려울 정도로 감동적이고 신비롭다. 토함산은 꼭대기까지 자동차로 오를 수 있게 길이 잘 닦여 있지만 걸어 올라가면서 신라 불교의 뜻을 되새기고 차분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해돋이를 맞아야 진정한 의미를 느낄 수 있다.
이 산의 중턱에 있는 불국사는 다보탑 석가탑 등 국보 7점을 간직한 대사찰. 이곳에서 산등성이를 타고 약 3km 올라가면 석굴암이 나타나는데 동양 제일의 걸작으로 알려진 여래좌상본존불이 동해를 바라보고 앉아 있다. 가늘게 뜬 눈, 온화한 눈썹, 자비로운 입 모양 등 깊고 숭고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본존불의 자태는 종교성과 예술성에서 동서양을 막론해 가장 탁월한 불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공식 지정되었다.
봄방학에 아이와 떠나는 ‘역사 기행’

수학여행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불국사엔 국보가 7점이나 있다.


석굴암 본존불의 시선이 닿아 있는 감포엔 유서 깊은 기림사와 감은사지, 이견대, 대왕암 등 신라의 흔적이 배어 있다. 추령터널∼대종천∼감포로 이어지는 4번 국도를 따라 달리는 드라이브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선사시대 유물에서 불교문화 유물에 이르기까지 천년의 신라문화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국립경주박물관은 빼놓지 않고 보아야 할 곳. 국내 유일의 약알칼리성 중탄산나트륨온천으로 부인병, 피부질환, 신경통, 근육통에 좋다고 이름난 불국사온천도 찾아볼 만한 곳이다.
여행정보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경주 IC→직진(5km)→고속사거리 우회전→7번 국도(8.5km)→불국사역 앞 좌회전→902번 지방도(2.5km)→불국사
[맛집] 신천궁(한정식 샤브샤브, 054-745-6200), 연정식당(산채비빔밥, 054-746-3333), 삼국식당(촌두부, 054-746-6140)
[특산품] 교동법주(찹쌀과 밀로 만든 술), 황남빵(인공 감미료나 방부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부드럽고 고풍스러운 팥빵), 감포멸치젓(청정해역에서 잡은 신선한 멸치로 만든 젓), 감포미역(줄기가 길고 잎이 두터우면서 쫄깃한 탄력과 맛이 일품), 산내더덕(맛과 향이 일품)

봄방학에 아이와 떠나는 ‘역사 기행’

의자왕과 궁녀들이 풍류를 즐긴 궁남지, 고려시대 창건한 고란사, 국립부여박물관.


부여는 백제의 마지막 왕도(王都)로 수많은 유적과 문화재를 품고 있다. 그 중에서도 금강 하류지역인 백마강은 백제의 흥망성쇠를 증언하고 있다. 강폭이 넓고 흐름이 완만한 백마강은 천정대, 낙화암, 조룡대, 자온대, 반원성, 고란사, 대왕포, 삼충사로 이어지는 부여 8경의 명승지가 모두 있을 정도로 뛰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특히 백제의 유적지인 낙화암과 백화정, 부소산성, 궁남지, 정림사지 5층석탑 등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백마강에 둘러싸인 부소산은 부여읍의 북쪽에 있는 해발 106m의 야산으로, 백제의 왕궁과 시가지를 방비하는 최후의 보류였던 부소산성이 있다. 사적 제5호인 부소산성은 동서남북에 문지와 병영지 등이 남아 있어 옛 영화를 짐작케 한다. 부소산성의 주변에는 사자루, 영일루, 반월루, 낙화암 등이 있어 1일 관광코스로 그만.
부소산의 절벽지대에 위치한 낙화암은 강으로 몸을 날린 여인들의 모습이 꽃이 날리는 것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백제를 침략한 나당연합군이 도성에 들어와 약탈하자 백제의 궁녀들이 몸을 더럽히지 않고 절개를 지키고자 절벽에서 몸을 던진 장소로, 백제 멸망의 한이 서려 있는 곳이다.
낙화암과 인접한 고란사는 고려시대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주변경관이 매우 아름답고 기암괴석 등으로 유명해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백제 마지막 왕인 의자왕이 즐겨 마셔 ‘어용수’라고 불리는 약수와 고란초로 유명하다.
부여의 영화는 의자왕과 궁녀들이 풍류를 즐겼다는 궁남지에서도 엿볼 수 있다. 궁남지는 선화공주와의 사랑으로 유명한 백제 무왕이 만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연못으로, 연못 가운데 신선이 산다는 방장산의 의미를 담은 작은 섬과 정자가 있고 물 위에 구름다리가 걸려 있어 경치가 좋다.
백제탑으로 불리는 정림사지 5층 석탑은 석불좌상과 함께 정림사지에 남아 있다. 국보 제9호로, 잘 다듬어진 우아한 기품과 장중하면서도 격조 높은 명쾌함으로 그 빛을 잃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2만평 면적에 9천여점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국립부여박물관과 백제의 유물이 대량으로 발견되어 그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은 능안골 백제고분군터도 볼 만하다.
한가지 더. 지금껏 백제왕조의 화려함을 감상했다면 5일마다 서는 장터에 나가보는 것도 좋다. 부여는 5일장이 많은 곳인데, 4일부터 시작하는 임천장, 5일부터 시작하는 부여장·은산장엔 다양한 물건과 함께 시골장터의 인심이 살아 있다.
여행정보
[찾아가는 길] 중부고속도로 청주 IC→조치원→천안 IC→1번 국도→행정리 백제주유소 앞 삼거리 우회전→23번 국도(30km)→공주시→40번 국도(30km)→부여읍 입구
[맛집] 개성식당(40년 전통의 한정식집, 041-835-2103), 나루터식당(장어구이, 041-835-3155)
[특산품] 방울토마토(항암효과가 높다), 부여오이(유기물증시와 양액재배로 기른 저공해 오이), 석성 양송이(무공해 건강식품), 백마강 청결미(백마강변의 기름진 옥토에서 생산하여 밥맛이 일품), 부여밤(청정지역에서 생산해 신선도 탁월), 부여 표고버섯(표고 생육에 알맞은 조건에서 생산해 품질이 우수)

봄방학에 아이와 떠나는 ‘역사 기행’

강원도 철원은 가는 길부터 시원하다. 끝없이 펼쳐진 평야, 한탄강 옥계수를 따라 형성되어 있는 수려한 계곡이 보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여기저기 분단의 아픔이 서린 전쟁유적지가 많아 금세 마음이 어두워지는 곳이다.
철원군 동송읍 장흥리 고석정 국민관광단지 내에 있는 ‘철의 삼각 전적관’은 한국전쟁 이후 방치된 전흔의 보존과 그 당시 치열했던 전적지를 재조명하기 위해 조성된 안보관광단지로, 전투기 등 각종 무기와 전쟁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이곳에서 진행하는 ‘철의 삼각 전적지 견학 프로그램’은 안보관광코스로 제2땅굴, 철의 삼각 전망대, 월정리역, 백마고지 전투전적비, 노동당사를 돌아본다. 돌아보는 데는 3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며, 참가 희망자는 미리 관리사무소에 견학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입장료와 주차료를 내면 주민등록증을 확인한 후, 전적관 관리사무소에서 민통선 출입증을 교부한다. 이후 관리사무소 운행요원의 안내에 따라 각각 자신의 차로 오전 10시반, 오후 1시, 오후 2시반에 출발하게 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출입증을 발급하며 화요일은 휴무.
황량한 건물 사진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노동당사는 건물 자체에 철근을 쓰지 않은 소련식 건물로, 90년대 중반 가수 서태지의 뮤직비디오가 이곳에서 촬영된 것을 계기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됐다. 주변의 건물이 전쟁중에 모두 파괴됐던 만큼 노동당사 건물도 기둥이나 벽에 포탄과 총알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당시 전쟁의 치열함을 보여주고 있다. 흔히 이곳이 민간인통제선 안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민통선 밖에 있어 아무런 절차를 밟지 않고도 노동당사를 볼 수 있다.
전쟁의 상처만 돌아볼 것이 아니라 철원의 자연을 만끽해본다. 철원군청에서 5km 떨어진 순담계곡은 고석정 5km 아래에 있는 협곡으로, ‘한국의 그랜드캐년’이라 불릴 만큼 기기묘묘한 바위와 벼랑, 모래밭이 한데 어우러져 절경을 연출한다. 한폭의 그림같이 우뚝 솟은 10m 높이의 직벽, 맑은 옥빛으로 빛나는 한탄강, 시원하게 부는 바람이 어우러진 고석정은 철원팔경 중 철원 제일의 명승지로 꼽힌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철의 삼각 전적관 뒤편에 있는 철원온천관광호텔 온천탕에서 피로를 푸는 것도 괜찮고, 고석정랜드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이기구를 타는 것도 좋다. 국내 최초로 남녀공용 사우나와 수영장을 갖춘 호텔온천은 지하 850m 현무암 암반에서 생성되는 게르마늄이 일반 온천수보다 6∼7배 더 많이 함유돼 있어 노화방지, 비만해소 등에 효과가 있다.
여행정보
[찾아가는 길] 서울→3번 국도 의정부→43번 국도 포천→만세교 삼거리 좌회전→새장터 삼거리 우회전→운천→신철원
[맛집] 승일회관(장어구이 매운탕, 033-455-8787), 임꺽정식당(산채요리, 033-455-3128), 큰손막국수(도토리묵 칡국수, 033-458-4242), 향맥가든(꿩요리, 033-455-8000)
[특산품] 철원오대쌀(비무장지대의 청정 환경에서 농사지은 쌀), 삼지구엽초(깊은 산속 음지에서만 자라는 약초로 진시황이 먹었다고 한다), 현무암공예품(현무암을 자연색 무늬 그대로 살린 관상용 작품)

봄방학에 아이와 떠나는 ‘역사 기행’

하회마을은 옛것이 그대로 살아있다. 한석봉이 썼다는 도산서원 현판과 안동의 명물 하회탈.


안동은 경상북도의 대표적인 예향(禮鄕)으로 많은 문화유적 및 전통을 보존하고 있는 곳으로, 특히 전형적인 집성촌 하회마을에서는 조상들의 숨결과 온기를 느낄 수 있다.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낙동강 물줄기가 S자 모양으로 마을을 휘감는 이곳은 강물이 돌아나간다고 해서 마을 이름도 하회(河回)마을이다. 안동 김, 안동 권, 의성 김, 풍양 조씨 등 영남 유림의 기운이 어려 있는 안동 땅에서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가 대대로 선비의 기품을 간직하며 살아왔다. 조선시대 대학자인 겸암 류운룡 선생과 서애 류성룡 선생이 모두 이곳 출신.
안동은 전국에서 지정문화재가 가장 많은 곳으로 경주보다 문화재가 많다. 그중에서도 하회마을은 각종 문화재가 가득한 보물 창고. 국보 13호 징비록을 비롯해 3점의 보물과 18점의 국가와 지방 지정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는데, 이도 모자라 아예 마을 전체가 중요 민속자료 122호로 지정돼 있다. 가장 한국적인 곳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지난 2000년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머물기도 했다.
하회마을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하회별신굿. 평민들이 무위도식하는 양반과 선비를 비꼬는 내용의 하회별신굿은 우리나라 별신굿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녔다. 하회별신굿은 그 내용과 함께 하회탈 자체로도 명성이 높다. 고려 때 허도령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하회탈은 총 12개의 탈 중 3개가 사라지고 9개만이 남아 있으며 국보 121호로 지정돼 있다. 하회마을에선 수시로 하회별신굿이 열려 관광객의 발길을 잡는다.
안동 하회마을 입구에는 안동 하회탈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수집한 탈들을 전시해놓은 탈 박물관이 있다. 우리 탈 외에도 아프리카, 프랑스, 뉴질랜드, 네팔, 태국, 인도네시아, 중국, 일본 탈 등이 전시돼 있다.
하회마을 근처의 연계 관광지로는 퇴계 이황이 유림을 교육하던 도산서원이 있다. 퇴계 이황이 57세가 되던 1557년 후학 양성을 위해 조그만 도산서당을 열면서 시작된 도산서원의 현판은 조선시대 명필가로 이름을 날린 한석봉의 작품. 경관이 좋은 언덕 위에 있는데다 주변에는 안동호와 소나무숲이 잘 어우러져 사시사철 기품을 잃지 않는다.
여행정보
[찾아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IC→풍산읍 외곽도로→중리마을→삼거리에서 하회마을 방향
[맛집] 안동민속박물관 내에 있는 민속음식점에서 안동을 대표하는 먹을거리를 맛볼 수 있다. 헛제사밥(제사가 아닌 평상시에 만들어 먹은 비빔밥으로 산적, 탕국이 함께 나온다), 건진국수(밀가루와 콩가루를 반죽해 은어 달인 국물에 말은 것으로 양반음식), 안동식혜(고두밥에 무와 고춧가루, 생강즙, 엿기름물을 넣고 발효시킴으로써 무의 시원한 맛과 고춧가루의 매운 맛이 살아 있는 겨울철 별식)
[특산품] 하회탈(국보 제121호로 지정된 한국 최고의 전통탈), 안동고추(고추의 명산지에서 생산된 맛과 영양이 살아있는 고추), 안동상황버섯(원목재배로 항암효과와 종양 저지효과가 높다), 안동소주(향취와 감칠맛이 특이한 고유 명주)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