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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새롭게 뜬다

수려한 자연 경관과 다양한 레포츠 시설로 급부상한 필리핀 수빅 체험기

■ 글·김지영 기자 ■ 사진·아일랜드리조트클럽 제공

2003. 12. 05

쌀쌀한 바람이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요즘, 추위를 피해 따뜻한 휴양지를 찾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세부, 보라카이에 이어 필리핀의 관광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는 항구도시 수빅. 천혜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필리핀의 부호들이 즐겨 찾는다는 수빅 체험기.

수려한 자연 경관과 다양한 레포츠 시설로 급부상한 필리핀 수빅 체험기

마닐라, 세부, 보라카이에 이어 필리핀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른 항구도시 수빅. 마닐라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다. 수빅은 지난 91년까지 아시아에서 가장 큰 미해군기지였으나 미군이 철수한 후 무관세 자유무역항으로 지정되면서 ‘제2의 홍콩’을 지향하는 관광특구로 개발돼왔다.
지난 96년 필리핀에서 APEC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수려한 자연 경관과 레저 시설로 세계 정상들로부터 ‘동양의 캘리포니아’라는 찬사를 받은 일화는 지금껏 수빅의 자랑거리로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수빅은 휴양지로 더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데 반해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수빅까지 가는 직항노선이 거의 없어서 이동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마닐라를 경유하며 필리핀의 세부퍼시픽항공이 지난해부터 겨울에만 한시적으로 주 2회 수빅 직항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4시간 걸려 마닐라에 도착했을 때의 시각은 밤 12시반(한국시각 오전 1시반). 일단 마닐라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침 일찍 마닐라 요트클럽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두 시간마다 한번씩 운행하는 슈퍼페리호(50분 소요)를 타고 가서 다시 버스를 타고 50분쯤 달리니 바리케이트가 쳐진 수빅의 제 1 검문소가 나타났다.
검문소를 통과해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수빅베이 요트클럽.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요트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모습은 지중해의 항구를 옮겨놓은 듯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곳에서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 전망대에 오르니 코발트빛으로 물든 하늘과 탁 트인 바다가 펼쳐졌다. 한폭의 수채화 같은 광경에 넋을 놓고 있는 동안 어느새 요트는 수빅만 근처 바다에 자리잡은 그란디 아일랜드에 도착했다. 남국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야자수, 사람다리만큼 굵은 뿌리들이 불거져나온 커다란 나무들이 인상적인 이곳에서는 내년초 오픈 예정인 펜션, 파도풀, 식당 등 최고의 휴양시설을 갖춘 리조트로 탈바꿈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동양에서 유일하게 바다에서 고래쇼 펼쳐지는 오션 어드벤처
다음 코스는 골프 천재 타이거우즈가 한눈에 반했다는 수빅베이 컨트리클럽. 평지부터 산꼭대기까지 난코스로 이어진데다 홀의 모양도 무척 특이한 이곳은 스릴을 즐기는 골프광들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배터리차로 수빅베이 컨트리클럽을 한바퀴 돌아본 후 오션 어드벤처에 들렀다.
오션 어드벤처에서는 살아 있는 산호와 오색빛깔의 열대어들을 감상할 수 있는 수족관과 고래쇼, 바다사자쇼를 볼 수 있다. 특히 동양에서는 유일하게 바다에서 펼쳐지는 이곳의 고래쇼는 오션 어드벤처의 하이라이트. 조련사들과 함께 바다로 들어갔던 고래들이 갑자기 튀어나오면서 조련사를 5m 정도 하늘로 날려올리기도 하고, 조련사를 태우고 달리기도 했다.

수려한 자연 경관과 다양한 레포츠 시설로 급부상한 필리핀 수빅 체험기

1 수빅베이 요트클럽에 정박한 요트의 전경. 2 휴식 및 식사 공간으로 꾸며진 요트 내부의 모습. 3 필리핀 원주민이 대나무를 사용해 불을 피우고 있다. 4 알록달록한 열대어들과 산호를 구경할 수 있는 바다 속 풍경. 5 관객들이 쇼를 마친 고래들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 6 원숭이들이 차가 다니는 도로로 나와 놀고 있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저녁 리젠다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미군이 썼던 숙소를 개조한 리젠다 호텔은 카지노와 풀장을 갖춘 수빅 최고의 특급호텔로 5분 거리에 바다가 펼쳐져 있다. 해변을 끼고 있는 한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남국의 정취에 흠뻑 취해 수빅에서의 첫날밤을 보냈다.
다음날의 일정은 아침 7시에 시작되었다. 호텔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맨처음 찾은 곳은 수빅 국제공항 인근에 있는 비행학교. 이곳에서는 파일럿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비행 연습용으로 40여대의 경비행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경비행기는 바다 저편에 있는 피나투보 화산 투어를 하는 관광객들의 교통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비행학교 탐방을 마치고 정글이 우거진 제스트 캠프로 이동하는 동안 도로로 나온 원숭이들과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려 낮잠을 자는 박쥐떼를 만났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일몰 때 박쥐떼가 날아가는 모습이 장관이라고 한다.
제스트 캠프에 도착하자 또다른 볼거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원주민들이 정글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직접 보여주는 원주민 문화체험 현장. 대나무와 낫을 가지고 숟가락, 젓가락, 냄비, 심지어는 불까지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원주민의 손놀림은 가히 경이로웠다. 또한 영화 속에서 타잔이 타던 넝쿨을 잘라 거품을 내어 보이기도 했는데, 그 거품은 원주민들이 비누로 쓰는 것이라고 한다.
제스트 캠프를 빠져나와 리젠다 호텔 앞 해변으로 이동했다. 수빅만의 지형적 특성상 늘 잔잔한 물결이 넘실대는 바닷가에는 수영과 바나나보트, 제트스키, 패러셀링 등의 물놀이를 즐기는 인파로 북적였다. 이곳의 바다는 염도가 높아 구명조끼만 입고 있으면 절대 가라앉는 일이 없다고 한다.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아름다운 일몰을 뒤로하고 호텔 중식당에서 가진 수빅에서의 마지막 저녁 만찬은 헤어져야 하는 아쉬움과 다음을 기약하는 설렘이 뒤섞인 특별한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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