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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그녀의 변신

영화 ‘써클’로 4년 만에 스크린 복귀한 월드스타 강수연

■ 글·김지영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2003. 12. 03

톱스타 강수연이 스릴러 영화 ‘써클’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극중에서 그는 전생에 사랑했던 남자를 현세에서는 지독하게 고문하는 다혈질 여검사로 등장한다. 2001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SBS 사극 ‘여인천하’에서 보여준 요부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 그의 일과 사랑에 관한 진지한 이야기.

영화 ‘써클’로 4년 만에 스크린 복귀한 월드스타 강수연

SBS사극 ‘여인천하’ 이후 한동안 볼 수 없었던 영화배우 강수연(37)이 최근 영화 ‘써클’의 시사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써클’은 그가 ‘송어’ 이후 오랜 고심 끝에 선택한 스크린 복귀작으로, 전생의 인연으로 얽히고 설킨 엽기적인 살인마와 살인마보다 더 독한 열혈 여검사의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 영화.
극중에서 그는 다중인격의 연쇄살인범 명구 역할을 맡은 정웅인을 상대로 1인2역을 펼친다. 현세에서는 정웅인을 무지막지하게 고문하는 여검사 현주, 전생에서는 정웅인과 사랑에 빠진 조선시대 명월관 기생 산홍으로 분한 것.
“저는 흥행보다는 작품성 있는 작품을 선호해왔어요. 이제는 저도 그간의 연기경험을 한편의 영화에 쏟아부을 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갖춘 영화를 찾느라 고심하다 ‘써클’을 선택했어요. 특히 제 역할이 1인2역이라는 점에 끌렸어요. 25년 동안 연기생활을 하면서 1인2역을 맡기는 처음인데, 배우가 한 작품 안에서 여러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건 굉장한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전혀 다른 캐릭터의 두 여자를 연기하는 것이 촬영하는 동안 가장 힘들고 어려운 숙제이기도 했어요. 관객들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반, 걱정반입니다.”
강수연은 이 영화에서 연기변신을 시도한다. 여검사를 연기할 때는 거친 취조 솜씨로 엽기 연쇄살인범 정웅인을 만신창이로 만든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정웅인은 그의 몸을 탐닉하며 소름이 끼칠 정도로 천연덕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시트콤 ‘세친구’에서 보인 코믹한 이미지는 온데간데없고 완전히 딴 사람이 된 상대역 정운인의 연기변신에 대해 강수연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정웅인씨는 이미 캐스팅이 확정된 상태였어요. 시나리오를 읽어 보니 정웅인씨만한 적역이 없을 것 같았어요. 감독님한테도 베스트 캐스팅이라고 했고요. 그리고 제 예감이 적중했어요. 시나리오상에는 굉장히 잔혹한 살인마로 그려지지만 극중에서는 전혀 잔혹하게 느껴지지가 않거든요. 오히려 동정심을 유발하는 귀여운 살인마로 그려냈죠. 물론 엽기적인 살인 행각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제가 볼 때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정웅인씨를 사랑하게 될 것 같아요. 아마 실제 상황이었다면 저는 극중의 검사보다 더 감성적이라 금방 사랑에 빠졌을 거고요.”
그가 정웅인과 연기 호흡을 맞추기는 이번이 처음. 촬영하는 동안 그는 정웅인을 보면서 자신이 흉내낼 수 없는 색깔을 가진 배우임을 알고 같은 연기자로서 부러웠다고 한다. 대선배를 상대역으로 만나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촬영에 임했던 정웅인 역시 이번 영화를 통해 강수연의 또다른 면모를 발견했다고.
“굉장히 무섭고 진지한 분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활달하면서도 여성스러워요. 후배들한테도 다정다감하게 대해주시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편해졌죠. 아직 누나라는 호칭을 써본 적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누나 같은 느낌이에요. 선배님을 보면서 저도 많이 배웠어요. 프로근성도 강하고 굉장히 열정적이셔서 촬영하는 동안 좀 고생했지만요.”

영화 ‘써클’로 4년 만에 스크린 복귀한 월드스타 강수연

카리스마 넘치는 섹시한 여검사를 연기하기 위해 운동과 다이어트로 살을 뺐다는 강수연.


그러면서 정웅인은 “강수연 선배님 때문에 하마터면 장가도 가기 전에 불구가 될 뻔했다”고 충격(?) 고백을 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자초지종은 이랬다.
“제가 범인의 중요부분을 때리는 장면이 있었어요. 정웅인씨는 제가 남자의 중요부분을 짓이겼다는데, 구태여 변명을 하자면 저는 정웅인씨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리허설 때 최선을 다한 거예요. 제가 어느 정도의 강도로 고문할지 알아야 정웅인씨도 실제 연기할 때 방어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제 연기가 너무 리얼했던지, 보험을 안 들어주면 촬영을 못하겠다고 박박 우기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한마디 해줬어요. 나는 들어주고 싶은데 보험회사에서 안 받아줄 거라고요(웃음).”

“아이 키우며 살아가는 전업주부들이 가장 부러워요”
그는 이번 영화에서 터프하고 섹시한 여검사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하루 네 시간씩 운동을 하며 체중을 감량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얼굴도 야위고, 몸매도 한결 날씬해진 듯했다.
“이번에만 그런 게 아니라 새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다이어트를 해요. 사실 제가 게으른데다 잘 먹고, 잘 자는 편이라 조금만 방심하면 체중이 금방 늘거든요. 저는 영화를 찍을 때마다 전작보다는 더 잘해야지 하는 자세로 임하고, 한편을 끝내고났을 때의 아쉬움을 다음 작품에서 보완해나가요. 그렇다고 완벽주의자는 아니에요. 알고 보면 허점도 많고, 상처도 잘 받죠.”
아역스타로 출발해 지금껏 연기 외길을 걷고 있는 강수연. 이미 30대 후반의 나이가 된 그는 남자친구는 많지만 애인은 아직 없다고 말한다.
“결혼 계획은 항상 있어요. 결혼해서 아이 낳고 전업주부로 살고 싶어요. 전업주부들은 제가 부럽겠지만 저는 그들이 부러워요. 하지만 서두르지 않을 생각이에요. 나이에 떠밀려서 결혼하고 싶지 않거든요. 정말 좋은 소식이 있으면 당당하게 밝힐 테니 지켜봐주세요(웃음).”
코드가 맞는 또래의 남자가 좋다는 강수연. 눈부시게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의 모습은 어떨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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