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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interview #brush

털의 달인

editor 최은초롱 기자

2018. 04. 18

코덕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메이크업 브러시 전문가 ‘서현역 브러쉬 아저씨’ 안해원 씨를 만났다.

인터뷰 약속을 잡으러 왔다가 줄이 너무 길어서 몇 번이나 포기하고 돌아갔다. 참 어렵게 만났다. 

뭐 할 말이 있다고. 나는 전문적으로 메이크업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브러시 파는 사람일 뿐이다. 

원래 어떤 일을 했나. 

뷰티 케어 제품 수출업을 25년 이상 했다. 수익도 꽤 괜찮았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외국 바이어들이 도산을 하면서 사업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수출하는 입장에서는 바이어들이 생명이니까. 결국 폭삭 주저앉게 됐다. 회사도 집도 다 날아갔고 사무실에 남은 것은 브러시뿐이었다. 뭐라도 해서 먹고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직원이 쓰던 낡고 오래된 차에 브러시를 싣고 다니며 길에서 장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하철 서현역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인가. 

잠실에서 장사를 좀 하다가 서현역에 자리를 잡고 3년 동안 거기서 했다. 길에서 브러시를 팔면 누가 사가겠나. 그때는 1천원도 크게 느껴질 정도로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었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단골손님도 생기고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 것인지 물어봐도 말없이 웃기만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동네에서 오가며 나를 본 주부들과 학생들이 커뮤니티 카페나 SNS에 브러시를 올리면서 입소문이 퍼진 것 같았다. 



지금 ‘서현역 브러쉬’ 매장이 홍대 입구에 있다. 서현역 근처에서 오픈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이름 때문에 헷갈린다. 

2017년 1월 말까지 분당 서현역에서 장사를 했고 홍대 입구로 옮긴 건 2월이다. 내가 추운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겨울에 좌판 앞에 몇 시간씩 떨면서 줄 서는 손님들을 보면 너무 미안했다. 원래 서현역 근처를 생각하고 가게를 알아봤는데 생각보다 임대료가 너무 비쌌다. 당시 브러시를 사러 온 손님들에게 어디에 가게를 열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홍대 입구를 가장 많이 추천했다. 마침 형편이 괜찮은 친구가 도움을 주었고, 덕분에 홍대 입구에 자리를 잡게 됐다. 

전국에서 브러시를 사러 오는 것으로 안다. 브러시 설명을 해준다면. 

핸들 만드는 집, 금속 만드는 집, 털 심는 집 등이 다 따로 있다. 핸드메이드 작업이라 모든 과정을 한군데서 할 수 없다. 브러시 제작은 상당히 예민한 작업이다. 나는 디자인, 사이즈, 모양, 핸들 컬러, 소재 등 모든 부분을 전체적으로 컨트롤한다. 

브러시 핸들의 소재와 컬러가 각기 다른데, 어떤 차이가 있나. 

파란색 핸들 브러시가 일반, 일반 나무에 페인팅을 한 블랙 핸들 브러시가 위 급, 그 위는 흑단목 브러시, 그리고 그 위에는 프리미엄급 브러시가 있다. 털에 등급이 있는데, 10가지 정도로 세세하게 나눌 수 있다. 털 종류와 등급에 따라 발색도, 피부 표현도 달라지기 때문에 가격이 배 이상 차이가 난다. 물론 아주 최고급이 아니더라도 블랙 핸들 정도만 되면 고급에 속하기 때문에 괜찮다. 

일대일로 브러시를 추천해주는 시스템이 독특하다. 

의외로 브러시를 쓸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들에게는 메이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기본 브러시 세팅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화장을 잘하는 손님들은 특정 제품을 더 잘 사용할 수 있도록 그 제품과 가장 어울리는 브러시를 추천해준다. 보이는 것과 발색이 달라 사용하지 않던 화장품도 브러시만 잘 만나면 제 기능을 하게 된다. 예를 들면 오븐에 넣어 구워내는 베이크트 타입 블러셔는 일반 브러시로 발색이 안되고 펄만 올라온다. 나스 블러셔 중에서 오르가즘 컬러만 베이크트 블러셔고, 크리니크 치크 팝과 베네피트 갤리포니아도 베이크트 타입이라 전용 브러시가 필요한 제품. 

역시 전문가의 포스가 느껴진다. 메이크업을 따로 배웠나. 

절대 메이크업 전문가는 아니다. 옛날에 미술을 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얼굴 비율이나 윤곽을 보는 감이 있다. 손님들에게 화장품 뭐 쓰는지 수시로 물어보고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사용 방법 연구도 많이 한다. 사람들 얼굴은 제각각 다른데, 어디에서 화장법을 배우냐고 물으니 다 인터넷 동영상 보고 배운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건 그 사람한테 맞는 화장법이고 모두에게 맞는 것은 아니라고 알려줬다. 

한 명당 상담 시간은 대략 어느 정도인가. 

뒤에서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다 보니 한 명당 상담 시간은 10분 정도로 하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일단 설명을 시작하면 길어지기도 하고, 집에 있는 화장품을 모조리 싸가지고 와서 하나씩 다 상담을 받으려고 하는 손님도 있다. 어쩌겠는가, 상담받으려고 멀리서 찾아왔다는데 가능한 한 자세히 설명해주려고 한다. 

뷰티 브랜드 아리따움과 콜래보레이션 작업으로 탄생한 브러시가 화제였다. 앞으로 사업계획은 어떻게 되나. 

유명 브랜드에서 입점 제안을 많이 받고 있지만 한번 대차게 망해보니 크게 벌고 싶은 욕심은 없어졌다. 지금 운영하는 숍과 제품이 완전하게 세팅되면 꼭 필요한 필수 아이템이라도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몰을 열거나, 부산 쪽에 작은 매장을 오픈하면 어떨까 생각만 하고 있다. 부산에서 학생들이 방학하면 첫 기차 타고 많이들 오는데,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그곳에 가서 상담해주면 좋을 것 같다.



줄 서서 듣는 ‘브러시 잘 쓰는 법’

#131BM 파운데이션 &블러셔 브러시

파운데이션 겸 블러셔 브러시. 
짧은 길이의 촘촘한 모가 밀착력을 높이고 모공 커버에도 효과적이다. 2만 원.

#ANC125 블렌딩 아이섀도 브러시(촛불 타입)

아이 메이크업 경계를 블렌딩할 때 사용하는 브러시. 
끝부분이 뾰족해서 섬세한 작업이 가능하다. 
쌍꺼풀이 있는 눈에 추천하는 제품. 5천 원.

#ANC126 블렌딩아이섀도 브러시(총알 타입)

같은 아이섀도 브러시지만 끝부분이 둥그스름해서 무쌍, 속쌍 타입에 적합하다. 5천 원.

#ANC134 고급파운데이션 브러시

모공 커버력이 좋고 피부 자극도 없다.
브러시 자국이 남지 않아 메이크업 초보자가 사용하기 좋은 제품. 1만5천 원.


#ANC107 블러셔 브러시(프레스트)

최고급 산양모로 만든 블러셔 브러시. 
일반적인 프레스트 타입 블러셔를 바를 때 사용하는데, 모질이 부드럽고 뭉침 없이 발색이 잘된다. 1만 원.

#ANC110 베이스아이섀도 브러시

기본적인 베이스용 아이섀도 브러시.
눈두덩 전체에 섀도를 넓게 깔거나 음영을 주고 싶을 때 제격. 1만 원.

#ANC136 스몰아이섀도&립 브러시

펄이나 글리터를 얹기 좋은 눈 밑 애교살용 브러시. 7천 원.

#ANC103 앵글블러셔 브러시

일반 블러셔 브러시로 발색이 잘 안 되는 베이크트 타입 블러셔를 바를 때 사용하면 좋다. 1만 원.

#ANC114 포인트아이섀도 브러시

 라인 처리, 눈꼬리 및 삼각존에 사용하는 브러시.
족제비 털로 만들었다. 7천 원.


#ANC104 컨실러브러시(라지)

눈 밑 다크서클 커버용 브러시로, 
모를 눕혀서 뒤로 살짝 쓸어주면 경계도 안 지고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7천 원.

#ANC127 노즈셰이딩 브러시

 콧대 및 눈두덩까지 쓸어 음영주기 좋은 셰이딩 브러시.
발색이 강한 편이라 힘 조절이 중요하다. 5천 원.


photographer 김도균 designer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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