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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editor’s_pick #trend_korea_2018

‘참각막’ 여성동아 에디터 공감 2018 트렌드 전망

2018. 01. 04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는 매년 연말, 이듬해의 트렌드를 예상하는 책을 발간한다. ‘트렌드 코리아 2018’에 제시된 10가지 키워드 중 ‘여성동아’ 에디터들이 격하게 공감을 표한 6가지를 소개한다.



1. 올해의 건배사는 ‘워라밸’로!

매일 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회사 사람들과 같은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면 삶이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장강명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불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데, 매일 지옥철로 출퇴근하고 야근을 밥 먹듯 했던 소설 속 주인공이 바랐던 건 큰 집이나 명품 백 같은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저녁에 좋아하는 사람과 마음 편히 데이트하고 한 달에 한 번 재미있는 공연을 보고, 즐겁게 자존심을 지키며 사는 것 정도. 저녁이 있는 삶을 포기하고 살아온 대한민국 직장인을 대표해 워라밸*이 올해 트렌드로 자리 잡길 소원해본다. 마침 최근 신세계그룹이 2018년 1월부터 주당 근로시간을 40시간에서 35시간으로 5시간 단축한다는, 아주 반가운 발표를 했다. 하루 1시간꼴로 근무시간이 줄지만, 임금 삭감은 없단다. 퇴근 시간이 1시간 당겨지면 러시아워를 피할 수 있으니 저녁 시간이 한결 여유로워질 것이고, 영화나 공연을 관람하고 발레나 성악 같은 취미 생활을 할 수 있으며 독서클럽 같은 소모임에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매일 피트니스를 해서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고, 청춘 남녀가 데이트를 많이 하면 결혼과 출산율도 높아질 것이며, 자영업자들도 손님들이 늘어 즐거워질 것이다. 우리들의 행복을 위해, 워라밸! editor 김명희 기자

워라밸
일(Work)과 생활(Life)이 조화롭게 균형(Balance)을 유지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긍정적인 태도로 자기애를 높이며, 돈보다 스트레스 제로를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2. 구글이 만드는 세상, 언택트

대학 시절 사귀었던 공대생 K는 종종 엉뚱한 질문을 던지곤 했다. “모든 걸 꿰뚫어 볼 수 있는 안경이 개발되면 가장 먼저 무엇을 보고 싶어?” 그런데 그런 시대가 오긴 할까? 자율 주행 차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인공지능 로봇이 집안일을 해결해주는? 어쩌면 먼 미래의 일이 아닐지도 몰라. K와 내가 함께 맞이하게 될 첨단 미래의 도시. 우리는 이제 막 보급되기 시작한 ‘2G 카메라폰’이 뜨거워지는 줄도 모르고 밤새 열띤 토론을 펼쳤다. 불같았던 K와의 연애는 군 입대 문제로 싱겁게 끝이 났다. 그런 K를 다시 떠올리게 된 건 2012년 무렵의 일이다. 

인터넷 검색 엔진 서비스 구글이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안경, 구글 AR 글래스를 출시한 것이다. K의상상이 현실이 된 걸까. 구글 AR 글래스는 렌즈를 통해 사물의 정보를 읽어들이고 현실의 이미지에 정보를 덧씌워 영상으로 보여준다. K와 내가 그토록 바라던, 사람과 사람 간의 직접적인 ‘접촉’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언택트*기술(Technology of Un-tact)의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폭발적인 관심에도 불구하고 구글 AR 글래스는 비싼가격과 낮은 성능, 제한된 활용 등의 지적에 시달리며 대중화에 실패했다. 2014년엔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고른15개의 ‘올해 최악의 IT 실패작’ 목록에 이름을 올리는 수모도 겪었다. 그러나 구글은 혁신의 끈을 놓지 않았다. 



2017년 기존의 글래스 제품에 가상현실(VR) 기술을 더해 성능을 강화한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을 새롭게 발표한 것이다. 이미 DHL 물류센터와 농기계 업체 AGCO 등의 기업에서는 글래스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을 도입해 일의 처리 과정과 시간, 오류를 줄여나가는 실험을 하고 있다. 머잖아, 음식점에서 ‘이모님’을 찾지 않아도 글래스로 메뉴판을 보며 가격은 물론 원산지와 칼로리까지 확인하는 ‘언택트한’ 세상이 열릴 것이다. 

그리고 그 접촉이 사라진 기술의 중심에 구글이 서게 될 것이다. 앞으로 우리의 삶은 더 윤택하고 빠르고 편해질까? 핑계 삼아 K를 만나 묻고 싶다. editor 안미은 기자

언택트(Untact)
무인 서비스를 함축하는 개념으로 사람과의 접촉 즉, 콘택트(Contact)를 지운다는 의미에서 탄생한 용어. 상황적응적이고 개별화 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단순한 무인이나 비대면 기술을 넘어선다.

3. 로또 1등보다 소확행

새해에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누구나 일상에서 느낄 수있는 작은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小碻幸)*’이 주목받을예정이다. 소확행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수필집‘랑게르한스섬의 오후’에서 처음 소개한 신조어다. 

책에서는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겨울밤에 부스럭 소리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소소한 행복이 소확행이라고 말한다.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업무로 인해 화장실 갈 틈도 없는 요즘,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 이런 소소한 행복이 아닌가 싶다. 에티오피아 원두를 갈아 내린 핸드 드립 커피와 부드러운 치즈케이크를 즐길수 있는 그 몇 분이 지금 나에게 절실하게 필요하다. editor 한여진 기자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 꼭 특별한 성취를 이루지 않더라도, 나의 매일매일은 충분히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일상을 가치있게 만들어 가는 것.

4. 깊은 관계보다 긱(Gig) 관계

한 달에 한두 번씩 만나 종종 술잔을 기울이곤 했던 A 선배가 어쩐 일인지“이달엔 어렵겠는데”라며 미안하다고 했다. “심심하다” “외롭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평소 자신이 남다른 ‘애주가’임을 자랑처럼 여겼던 A 선배의 반응은 정말 의외였다. “선배, 혹시 연애 시작했어요?” 하고 물었더니 그건 절대 아니라고 했다. 그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나 요즘 ‘소모임’ 하거든.” 

A 선배가 말한 ‘소모임’은 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이름이다. 앱을 통해 나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찾고, 이들과 함께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일종의 ‘동호회’와 같은 개념이다. 회원 가입과 동시에 자신의 지역 및관심사를 설정하게 되는데, 그 후엔 사용자의 특성에 따른 추천 동호회들이 쭉 뜬다. 평소 ‘사교’ ‘인맥’ ‘술’ ‘맛집’ 등에 관심이 많았던 A 선배는 ‘30대 직장인 번개 모임’에 가입해 일주일에 서너 번씩 인근 지역에 사는 사람들과 만나 술자리를 가진다고 했다.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A 선배를 따라가봤다. 처음 마주한 사람들. 낯설다는 느낌이나 텃세 같은 건 애당초 있을리가 만무했다. 고백하자면, 그날 2차로 노래방까지 갔다가 서로 통성명도 없이 ‘쿨’하게 헤어졌다.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도‘Gig-relationship*’이라는 키워드로 이런 트렌드를 소개했는데, ‘관계를 위해 나의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지만 외로움은 해결하고 싶은 딜레마속에서 자신만의 최적 관계를 찾아 나선 현대인’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소모임에 참석한 내가 이 구절을 읽고 격하게 공감을 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바로 다음 날, 나 역시 ‘소모임’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았다. 집 근처 노래방 번개 모임을 갈까, 회사 근처 ‘직장인 독서 모임’을 갈까 잠깐 고민하다가“에이, 그래도 난 글을 쓰는 사람이잖아?” 하며 독서 번개에 나갔다(진짜다).이 글을 쓰는 중에도 고민이 인다. 오늘 퇴근 후엔 또 어떤 사람들과 모임을 해볼까, 하고. editor 정희순

긱 관계(Gig-Relationship)
랜선이모, 티슈인맥, 반려식물, 싱글웨딩, 졸혼 등 새로워진 가족과 관계의 종류를 의미한다. 관계를 위해 나의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지만 외로움은 해결하고 싶은 딜레마 속에서 현대인들은 자신만의 최적의 관계를 찾아 나선다.

5. 그뤠잇! 플라시보 소비

퇴근 후 이태원에서 친구를 만나 저녁을 먹고 자연스럽게 다음 코스인 라인플래그십 스토어로 들어갔다. 회사 책상을 장식할 피규어, USB, 마우스 패드와 조카에게 선물할 마스크까지 잔뜩 구매한 뒤 숍에서 나오면서 “이거라도 샀더니 스트레스가 좀 풀리는 것 같다”는 친구의 말에 웃음이 빵 터졌지만 나 역시 격하게 공감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 좋아하던 헬로키티를 끝으로 귀여운 캐릭터와 이별한 줄 알았는데, 요즘 오히려 어린 시절 유치하다고 쳐다보지도 않던 캐릭터 아이템들을 더 가까이하는 것 같다. 분더샵 청담에서 판매한다는 라인프렌즈와 방탄소년단의 콜래보레이션 캐릭터 ‘BT21’ 아이템, 어린 시절 보던 책인 ‘월리를 찾아라’의 주인공 월리 일러스트가 그려진 화장품 등 궁금한 제품들이 너무 많다. 

명품 가방을 사는 것도 아닌데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이 정도 비용쯤은 아깝지않다는 생각도 든다.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는 플라시보 소비*’라는 키워드로 이런 현상을 소개하고 있다. 지금까지 물건을 살 때 가격 대성능이 좋은 가성비에 주목했다면, 이젠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원하는 소비 형태가 부상한다는 것. ‘이 약을 먹으면 낫는다’는 말을 들으면 가짜 약이라도 효과를 발휘하듯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는 상품에 소비자들이 끌린다는 것이다. 캐릭터 숍에 어린아이들보다 어른 손님이 많은 걸 보면 ‘나만 이렇게 철이없는 건 아니겠지’ 싶다. 뭐 어떻더라도 좋다. 귀여우니까. editor 최은초롱 기자

플라시보 소비
자신이 선호하는 특정인물, 콘텐츠, 브랜드를 소비함으로써 일상의 스트레스와 불안을 해소하고 마음의 만족을얻는 소비 경향.

6. 매력 있는 마동석 씨

매력의 ‘매’가 ‘도깨비 매(魅)’자라는 걸 아시는지! 매력*은 여러 단점이 있음에도 도깨비에 홀린 듯, 마법에 걸린 듯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을 말한다. 배우 마동석이 ‘마블리’ ‘마요미’로 불리며 사랑받고 있는 것도 겉모습과 다른 반전 매력 덕분이다. 인간관계에서든, 시장에서든 ‘매력’은 교류와 상품의 과잉 공급으로 결정 장애를 겪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현대 사회에서는 물건이든, 사람이든 매력이 있어야 팔린다. 2018년에는 그동안 내면에 잠재돼 있던 자신만의 차별화된 매력을찾아 외적으로 발현시키자. 그 매력은 아름다운 외모일 수도 있고, 긍정적인 마인드일 수도 있고, 상대를 편안하게 만드는 친화력일 수도 있다. 정답은 없다. 스스로 찾아 장착하라.editor 김지영 기자

매력
단지 예쁜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단점이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끌리게 하는 힘을 의미한다. 자기만의 특출한 장점이 하나라도 있을 때, 친근하고 귀여울 때, 반전이 있을 때, 능숙한 ‘밀당’이 있을 때 발생한다.

designer 박경옥
기획 여성동아팀 
사진 셔터스톡 사진제공 구글, 묵독파티, 아크비어, 카카오프렌즈, 키위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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