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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drama

김선아

#품위있는그녀 #재벌총수실화 #성공적

editor 김지은

2017. 08. 24

실화를 모티프로 상류층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jtbc 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 이 드라마 인기의 중심에는 돈을 향한 욕망으로 나쁜 짓도 서슴지 않는 간병인 출신 재벌가 사모님 박복자, 김선아가 있었다.

매회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며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jtbc 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는 욕망을 위해 거짓된 삶을 사는 박복자(김선아)와 박복자의 롤 모델인 재벌가 며느리 우아진(김희선), 두 여자의 이야기다. 누군가에게 피살되는 박복자의 비참한 최후로 방송을 시작해 그가 죽음에 이르게 된 과정을 그렸는데 무엇보다 스토리가 재벌가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이 작품의 백미경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2015년 한 재벌 기업 총수의 충격적인 혼외자 고백이 드라마를 쓰게 된 동기라고 밝히며 대본을 집필하기에 앞서 부유층의 민낯을 취재해 작품에 녹였다고 이야기했다.

이 작품에서 박복자의 죽음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사건은 ‘박복자의 사모펀드 주식매각’이다. 극 중 기업 회장인 안태동(김용건)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박복자는 결혼에 성공한 후 친자식들을 제치고 증여받은 회사의 모든 주식을 사모펀드에 헐값에 매각해 수백억원을 현금으로 챙긴다. 이후 회사는 부도 위기를 맞는다.

이 대목은 A제지를 둘러싼 ‘최대주주 지분 매각’ 사건과 흡사하다. 이 사건은 A제지 회장의 장남이 2013년 아버지에게 지분을 증여받아 최대주주가 된 여성 B를 고소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고소장에서 그는 “아버지보다 35세 어린 B가 아버지에게 접근한 뒤 불법적으로 시험관시술까지 받아 쌍둥이 자녀를 낳았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어머니는 큰 충격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밝혔다. 백 작가는 드라마 내용이 A제지의 이야기라고 단정하지는 않았지만 실제 사건을 토대로 한 것은 맞다고 했다.  

이 이야기에 보다 생생한 리얼리티를 불어넣은 것이 극에서 선과 악 양 축을 이루는 배우 김선아(42)와 김희선의 연기력이었다.



특히 김선아의 연기 변신은 그 자신은 물론 보는 이들에게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는 드라마에 뜨거운 호응을 보내준 시청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악역을 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성원을 받을 줄은 몰랐어요.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을 인정받는 느낌이에요. 김윤철 PD님이 현장에서 잘 이끌어주셨어요. 뛰어난 연출력 덕분에 드라마가 더 잘 나온 것 같아요.”

데뷔 초부터 털털하고 씩씩한 여장부나 평범한 소시민 캐릭터를 주로 소화했던 김선아는 이번 드라마에서 악녀 연기를 완벽하게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때문에 주위 사람들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박복자가 실제 김선아처럼 느껴졌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감독도 부담스러워하는 노력형 배우

박복자는 기존의 악역과 사뭇 달랐다. 순진한 미소와 무시무시한 표정을 적재적소에 표출해내는 복잡하고 알 수 없는 캐릭터였다. 풍숙정 사장 오풍숙(소희정) 앞에서의 살벌한 눈빛과 목소리, 안태동 회장 앞에서의 순박한 모습, 안 회장의 자식들을 호령할 때의 카리스마도 인상적이지만 이 모든 캐릭터를 단번에 압도한 것은 동경하는 여인 우아진 앞에서만 보이는 욕망의 민낯이다. 나긋하다 못해 어눌한 목소리, 한껏 주눅이 든 몸짓, 한없는 질투와 동경의 속내가 묻어나는 눈빛은 어쩔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박복자의 모습이었다. 

김선아는 “〈품위 있는 그녀〉를 촬영하는 내내 박복자의 복잡 미묘한 내면을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끌어낼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평소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분석하기 위해 인물의 성격은 물론이고 패션 스타일, 메이크업, 헤어스타일, 주변 환경까지 노트에 적어둔다는 그는 박복자를 소화하면서 이전보다 몇 배는 더 많은 기록을 남겼다고 한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지인들이 보인 반응도 그가 자신의 연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됐다.

“1부가 끝나고 나서 굉장히 놀랐어요. 연락이 엄청나게 많이 왔거든요.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분들한테서까지 연락이 오니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뭔가 열심히 해서 끊어진 인연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니 감사한 일이죠. 그런데 4부가 지나면서 갑자기 연락이 없어지더라고요. 제가 고양이를 들고 서 있는 장면이 방영되었을 때였는데, 한꺼번에 연락이 끊겨 무척 당황했어요. 제가 봐도 박복자가 무섭긴 하더라고요(웃음).”

어느덧 그의 나이도 마흔둘이다. 그는 극에서처럼 실제로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키울 정도로 좋아한다. 이번 드라마를 찍는 동안에도 자신의 부재로 어린 고양이가 받을 스트레스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렇게 정이 많은 성격 때문일까. 그의 주위에는 친한 연예인이 많다. 배우 김원희, 김정은이 대표적인 ‘절친’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두 배우와 달리 그는 여전히 솔로다.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이 하나 둘 결혼을 하면서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을까. 일에만 미쳐 있기엔 허전하고 아쉬운 순간이 많아질 법도 한 나이건만 그는 “결혼은 때가 되면 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고 했다. 또 “여전히 두근두근 설레는 것이 좋다. 언젠간 철이 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충분히 철이 든 배우의 대답이었다.


기획 김지영 기자 사진제공 jtbc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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