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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singer #showcase

가수 김종환의 존재의 이유 노래 그리고 딸 리아킴

editor 김명희 기자

2017. 08. 16

가슴 뭉클한 노래로 마음을 울리는 건 아버지와 딸이 똑 닮았다. 가수 김종환과 ‘위대한 약속’으로 이름을 알려가는 딸 리아킴의 이야기다.

음악도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게 생산되고 소비되는 시대에 김종환(51)은 늘 한결같이 자신의 자리를 지켜왔다. 대표곡 ‘존재의 이유’(1996)와 ‘사랑을 위하여’(1997)는 사랑의 본질을 꿰뚫는 가사와 감성을 자극하는 멜로디 덕에 발표된 지 2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노래방에서 많이 불리는 곡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딸 리아킴(30 ·본명 김담)이 그 길을 함께 걸어가고 있다. 최근 김종환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달콤한 프러포즈송 ‘아내가 돼줄래’를, 리아킴은 여성이 남성에게 들려주는 발라드곡 ‘내 남자니까’를 발표했다. 지난 7월 13일 열린 두 사람의 신곡 쇼케이스는 넉넉한 그늘을 드리우는 아름드리나무 같은 아버지와 이제 막 가지를 뻗기 시작한 딸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감상할 수 있는 자리였다.

리아킴은 작은 체구며 얼굴, 호소력 짙은 목소리까지 아버지를 쏙 빼닮았지만 2012년 데뷔 때만 해도 두 사람이 부녀 사이임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당시 리아킴은 김종환이 프로듀싱한 가수 정도로만 알려졌었다. 누구의 딸이라는 수식어를 등에 업고 빨리 성공하기보단 오롯이 제 힘으로 서는 쪽을 택했기 때문이다. 리아킴의 노래 ‘위대한 약속’이 유튜브 조회수 1천만 건 이상을 기록하고,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에도 얼굴이 알려져 더 이상 아버지의 후광이 필요 없게 되자 그제야 김종환의 딸이란 사실을 밝혔다.  

“함께 공연을 다닐 때도 부녀지간이란 이야기를 안 했더니, 둘이 무슨 사이인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가장 자주 받은 질문이 ‘애인이세요?’였어요. 그것 때문에 딸이 많이 속상했을 거예요. 지금도 같이 백화점 같은 곳에 가면 팬들이 저를 알아보고 ‘그런데 옆에 계신 분은 누구?’라고 조심스럽게 물어보세요(웃음).”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리아킴이 조용히 웃는다. 그녀는 요즘 젊은 세대답지 않게 차분한 성격이지만, 무대에 서면 관객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대화하듯 노래하는 타고난 발라드 가수다. 리아킴은 김종환이 무명 시절 경제적인 문제로 가족과 떨어져 지낼 때 신문 배달, 우유 배달 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아버지 몰래 가수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딸이 가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종환은 그때부터 혹독한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제가 생각해도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였어요. 사람 많은 지하철, 버스, 재래시장 같은 곳에 데리고 다니며 반주도 없이 노래를 시켰죠. 그런 과정을 통해 담력도 키워주고 싶었고, 무엇보다 아이가 스스로 노래를 좋아한다는 걸 확인하길 바랐어요. 우리나라는 기획사의 스타 시스템으로 가수들을 키우지만, 외국에는 버스킹부터 시작해 팬들을 확보해가는 가수들이 많잖아요. 저는 딸이 더디더라도 그렇게 튼튼하게 대중 속에 뿌리를 내리면서 성장했으면 했거든요.”



멜로디나 템포의 변주는 있지만 김종환의 노래 테마는 늘 한 가지, 사랑이다. 덕분에 2004년, 부부의 날 홍보대사로 선정돼 지금까지 활동 중이고 매년 연말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가 어려운 이웃들을 돕기 위해 개최하는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 무대에도 빠지지 않고 올라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여기엔 그만의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지금은 매달 통장에 들어오는 저작권료 수입만도 적지 않지만 한때 그는 생활고로 앞이 보이지 않는 암담한 시간을 보냈다.  

“데뷔 후 10년 가까이 힘들게 가수 생활을 하면서 어렵게 집 한 채를 마련했어요. 그런데 보증을 잘못 섰다가 그마저도 잃고 오갈 데가 없어져 가족과 떨어져 지냈죠. 그렇게 힘들게 살던 어느 날 아내와 공중전화로 통화를 하고 돌아와 30분 만에 쓴 노래가 ‘존재의 이유’였어요. ‘언젠가는 너와 함께하겠지, 지금은 헤어져 있어도.  니가 보고 싶어도 참고 있을 뿐이지. 언젠간 다시 만날 테니까’라는 가사가 사실은 제 이야기예요. 그런데 노래가 나오고 얼마 안 돼 외환 위기가 오면서 저처럼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 많은 분들이 그 노래에 공감하고 사랑해주셨어요. 그때부터 사람들 마음에 닿는 노래, 메시지가 있는 노래를 불러야겠다고 다짐했죠.”

진실한 사랑을 노래하는 부녀
음악이나, 인간관계나 가볍고 쿨한 것이 대세로 자리 잡은 요즘이다. 한때 걸 그룹 스카우트 제안을 받을 정도로 음악적 재능과 끼를 인정받은 리아킴에게 아버지가 써준 진지한 사랑 노래가 부담스럽지 않은지 물었다.

“처음부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부를 수 있는 가사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저도 아버지와 떨어져 고생하면서 생활했던 시간이 있기 때문에 제가 경험한 선에서 간절함을 담아 노래를 불렀죠. 그런데 팬들의 반응을 보면 ‘내 이야기 같다. 이런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있다는 게 고맙다’는 분들이 많아서 힘이 나요.” 

좋은 건 시간이 지날수록 진가를 발휘하고, 오래도록 사랑받는 법이다. 아티스트에겐 작품의 생명력이 곧 자산이다. 그래서 김종환은 같이 나이 들어가며 변함없이 사랑을 주는 팬들이 참 고마운 존재라고 생각한다.

“제가 콘서트 무대에서 가장 많이 떨어진 가수 중 한 명일 거예요. 보통 무대 높이가 1m 정도 되는데, 객석의 팬들과 악수를 하다가 세번 정도 떨어졌어요. 그럴 때마다 팬들이 그대로 다시 들어서 무대에 올려주시더라고요(웃음). 제가 1998년 골든디스크 대상을 받았을 때 H.O.T. 젝스키스 팬들에게 미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 친구들이 지금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 됐는데, 요즘은 엄마와 함께 공연에 와서 ‘그때 엄마가 왜 아저씨 노래를 좋아했는지 알겠다. 미워해서 미안하다’고들 해요(웃음). 트렌디한 노래도 좋지만 사람들 마음을 보듬고 뜻깊은 메시지를 주는 가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기껏 살아봐야 100년, 좋은 일만 하고 좋은 노래만 부르기에도 짧은 시간이에요. 저는 그 시간을 후회 없이 보내려 합니다.”

사진 지호영 기자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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