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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모범적인 사람 아닌가요 김강우

editor 김지영 기자

입력 2017.08.16 10:38:09

처음부터 혜성처럼 등장한 스타는 아니다. 작은 역으로 시작해 보는 이들을 빠져들게 하는 연기력으로 존재감을 인정받아 주연으로 활약 중인 15년 차 배우 김강우의 일과 가족 이야기.
너무 모범적인 사람 아닌가요 김강우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강제로 지금까지의 기억을 송두리째 잃는다면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써클 : 이어진 두 세계〉(이하 〈써클〉)가 시청자들에게 던진 물음이다. 국내 최초의 SF 추적 장르 드라마를 표방한 이 작품은 독특한 구성으로 첫 방송부터 화제를 모았다. 어린 시절 외계인을 가족으로 맞이한 이란성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가 2017년과 2037년, 두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더블 트랙 형식을 취한 것이다.

이 때문에 내용이 복잡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배우들의 호연이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2017년 불법 실험을 당해 그때까지의 기억을 모두 잃은, 2037년의 베테랑 형사 김준혁 역을 맡은 김강우(39)의 열연이 돋보였다는 평가가 많다. 그가 행방이 묘연한 쌍둥이 동생(여진구)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2002년 영화 〈해안선〉으로 데뷔해 지난 15년 동안 영화와 드라마를 합쳐 수십 편에 출연한 그는 〈써클〉을 통해 인생작을 만났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방송이 종료된 뒤 그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외모가 말쑥해졌네요(웃음). 드라마가 끝난 후 좀 쉬었나요.
바로 다음 날(6월 28일)부터 영화 촬영 중이에요. 아직은 가제인데 〈사라진 밤〉이라는 작품입니다.

필모그래피를 보니 그동안 주로 거칠게 사는 ‘센’ 캐릭터를 맡았더군요.   
의도한 건 아니에요. 작품 속 남자 캐릭터를 보면 좀 센 경향이 있거나 부드럽거나, 둘 중 하난데 저한테는 주로 남성적인 캐릭터가 많이 들어와요. 멜로물을 한 적도 있는데 러브 라인이 해피 엔딩인 적은 거의 없어요. 저도 행복한 결말을 이루는 멜로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제일 하고 싶은 장르가 멜로예요. 하하.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뭔가요.
그때그때 달라요. PD의 연출 스타일과 느낌을 보기도 하고, 시나리오나 대본에 끌려 출연하기도 해요. 〈써클〉의 경우는 김준혁이라는 인물에게서 사람 냄새가 나는 게 마음에 들었어요. 작품 속 상황은 공중에 떠 있지만 그 인물은 땅에 딱 붙어 있으니까 연기하기가 편하거든요. 이야기가 더블 트랙으로 전개돼 내용이 복잡해 보이지만 실은 단순 명료해요. 헤어진 형제를 찾는 이야기죠.



이 드라마는 과학의 발전으로 인한 윤리적 문제에 강렬한 화두를 던졌어요. 나쁜 기억을 강제로 차단해 범죄를 막고,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복제 인간을 만들기도 했죠.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여건이 된다면 나쁜 기억을 지우고 싶고, 자녀를 질병 없는 똑똑한 아이로 키우고 싶고, 자신과 똑같은 복제 인간 만들어 일을 대신하게 하고 싶은 욕심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하겠죠. 저도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만약 로봇이 제 역할을 대신해주는 세상이 된다면 어떻게 살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런 시대가 오면 환경에 잘 적응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고집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저는 후자일 것 같아요. 디지털보다 아날로그를 추구하고, 빠른 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거든요.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나요.
과거엔 안 좋은 기억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별일 아닌 게 되더라고요. 지금까지 안 좋게 기억되더라도 지우고 싶은 생각은 없고요. 그런 기억들이 쌓여서 지금의 제가 있고 살아온 역사가 되는 거니까요. 요즘은 아이들을 키우며 제 자신을 자주 돌아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별생각 없이 대하는 저의 무심한 언행이 아이들에겐 매 순간마다 강렬한 기억으로 남겠구나. 좀 더 언행을 조심하고 아이들을 항상 배려해야겠다’고요.



아내 대신 큰아들 육아일기도 쓴 아빠

너무 모범적인 사람 아닌가요 김강우
그는 축구 선수 기성룡과 결혼한 배우 한혜진의 형부로 유명하다. 2010년 한혜진의 큰언니 한무영 씨와 7년 열애 끝에 웨딩마치를 울렸다. 이후 그에겐 두 아이가 생겼다. 큰아들은 2011년, 둘째 아들은 2013년에 태어났다. 2013년 한혜진이 진행하던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한 김강우는 첫째가 태어난 후 방송을 쉬면서 전업주부처럼 지낸 시절과 아내를 대신해 육아일기를 썼던 일화를 공개한 바 있다.

이 방송에서 그는 “사실 아내가 육아일기를 쓸 줄 알았는데 전혀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어릴 때 본 책 중에 아빠가 아들에게 편지처럼 쓴 내용을 엮은 게 있었는데 너무 감동적이었다. 내가 나이 먹어서 아이에게 보여주면 아이가 나의 진심을 알 것 같아 백일 때까지 육아일기를 썼다”고 털어놨다. 아내 한무영 씨도 “육아 책을 내도 될 정도로 잘 써서 매일 훔쳐봤다”는 그의 육아일기는 아들에게 쓴 많은 편지와 사진, 아내와 아이를 향한 절절한 사랑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날 이후 김강우를 좋아하는 여성 팬이 급증했음은 물론이다.

둘째를 위한 육아일기도 썼나요.
안 썼어요. 육아일기는 첫째의 프리미엄이죠(웃음).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편인가요.
다른 아빠들이 하는 정도는 해요. 알콩달콩 수준은 아니고 시간 날 때 많이 놀아줘요. 야구도 하고, 축구도 하고 그러죠.

김강우 씨를 처음 만난 게 드라마 〈세 잎 클로버〉(2005)에 출연할 때인데, 그때 모습과 변한 게 없어요. 건강 관리를 하는 특별한 비결이 있나요.
배우는 생활이 불규칙하고, 몸뿐 아니라 정신 에너지를 많이 쓰는 직업이에요. 작품에 들어갔을 때 체력이 안되거나 기운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는 건 배우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일이 없을 땐 운동선수가 동계 훈련을 하듯이 운동을 해요. 체력을 만들어놔야 작품을 하면서 버텨낼 수 있으니까요.

어떤 운동을 하나요.
달리기나 철봉처럼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을 좋아해요.  

부인이 상당한 미인이더라고요. 어떤 매력으로 부인을 사로잡았는지 궁금해요.
진짜 모르겠어요. 밥을 잘 사줘서? 하하하. 사실 아내와 결혼하게 될 줄 몰랐어요. 배우로 데뷔하기 전에 만나 7년을 사귀다 보니 자연스럽게 결혼으로 이어졌죠.

성격이 수더분해 보여요.
원래 굉장히 예민했어요. 근데 이 직업을 가지면서 많이 바꾸려고 노력했어요. 게다가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키우며 작품을 계속하다 보니 예민하고 모난 면이 둥그레지더라고요.  

우리 나이로 어느덧 불혹이 됐는데 20~30대와 달라진 점은 뭔가요.
마음의 무게가 더해졌어요. 예전보다 연기든, 가정생활이든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할까요. 40대가 20대나 30대보다 녹록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대가 돼요. 지난 15년 동안 배우로 꾸준히 활동했으니 그 공력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그리고 나이를 먹을수록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불혹의 나이에 이르니 예전보다 마음의 여유가 생겨요. 예전에는 일이 잘 안되면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지금은 왜 안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나이를 먹으니 안되는 일은 억지로 한다고 잘되는 게 아니란 걸 깨닫게 되더군요(웃음).

인생이 고달프게 느껴진 적이 있나요.
신인 때는 누구나 힘들지만 생활이 힘든 적은 없었어요. 배우들은 결핍이 있어야 연기가 좋아진다고 하는데, 예전에는 그게 제 콤플렉스일 정도로 경제적인 곤궁의 시기가 없었어요. 그런 점에서 부모님에게 감사하죠.

그동안 연기력에 비해 흥행운이 따라주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었어요.
흥행되면 좋지만 꾸준히 한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바닥에서 15년 이상을 계속 연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제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 지난해 공연을 한 거고요. 어떤 작품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 자체가 스트레스일 수 있어요. 현재 주어진 작품을 열심히 하면 다음 작품이 들어올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하나하나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웃음).

연기를 오래 하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는데 지난해 출연한 연극 〈햄릿-더 플레이〉가 좋은 자극이 됐나요.
데뷔 15년 만에 한 연극이었어요. 진즉에 연극을 하고 싶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계속 못 하고 있었죠. 전공이 연극인 만큼 다시 공연을 한다면 편한 현대극 말고 에너지를 다 쓸 수 있는 고전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 작품에 들어갔는데 1회 하고 나서 ‘아차! 괜히 했구나’ 싶었어요. 모두 50회 출연했는데, 저는 연극을 해야 연기가 는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저한테는 도움이 됐어요. 드라마에서는 어쩔 수 없이 얕은 호흡을 계속 썼는데 연극을 하고 나서 호흡이 깊어진 느낌이에요.

앞으로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우리나라에서 배우로 살려면 연기도 잘해야 하지만, 모범적으로 잘 사는 것도 중요해요. 한국인의 정서에 가정생활과 삶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깔려 있기 때문이죠. 저도 연기를 잘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린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요. 무엇보다 좋은 사람이고 싶어요.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과 같으면 좋겠어요. 기자님이 〈세 잎 클로버〉 당시와 똑같다고 하신 것처럼 10년 뒤에도 지금 모습이랑 똑같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웃음).

사진제공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디자인 박경옥




여성동아 2017년 8월 6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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