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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데뷔60주년 #한국의엘리자베스테일러 #토지

스타의 무게 김지미

editor 김명희 기자

2017. 08. 08

짧게 머리를 자른 은발의 김지미(77)는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여배우 특유의 멋을 잃지 않았다. 그녀가 누구던가. 17세에 고 김기영 감독에게 길거리 캐스팅돼 7백여 편(공식적으로는 3백70여 편)의 영화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배우다. 그녀가 출연한 영화가 동시에 극장에서 여러 편 상영되는 건 다반사였고 최무룡, 나훈아 등 당대 톱스타들과의 결혼과 이혼 혹은 스캔들로 ‘한국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라 불리기도 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그녀의 데뷔 60주년을 맞아 6월 29일부터 7월 12일까지 〈매혹의 배우, 김지미〉라는 특별전을 마련했다. 김지미는 특별전에 앞서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내 인생 전부를 걸고 오로지 영화에 매달렸다. 스스로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지미는 그간 출연한 작품 중 애착이 가는 작품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어떤 작품이든 찍고 나면 부족한 점이 많아 조금 더 열심히 할 걸 그랬다는 후회가 항상 남는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이 없는 건 제가 아직도 성장하는 과정에 놓여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영원히 철들지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미련은 없어요. 수백 편의 영화에서 수백 가지 인생을 살았으니까요.”

이번 특별전에서는 그녀의 출연작 중 필름이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작품인 〈비 오는 날의 오후 3시〉(1959)를 비롯해 〈춘향전〉(1965), 〈춘희〉(1967), 〈토지〉(1974), 〈길소뜸〉(1985), 〈티켓〉(1986) 등 20편이 상영됐다. 김지미는 특별전 기간 동안 몇 차례 상영관을 방문해 관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으로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된 7월 8일 〈토지〉 상영 때는 객석이 꽉 들어차고도 자리가 부족해 뒤에 서서 영화를 감상하는 이들도 있었다.

영화 〈토지〉에서 서희 할머니 윤씨 부인 역을 맡아 그해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녀는 “이 영화를 개봉 당시 한두 번 보고 너무 오랜만에 다시 봤는데, 부끄럽다. 대작에 출연해 제대로 배역을 소화하지 못한 것 같아 이 자리를 빌려 감독께 죄송하단 말씀을 드린다”며 함께 자리한 김수용 감독에게 꾸벅 절을 했다.



배우로 데뷔한 지는 60년이지만 1992년 개봉한 〈명자 아끼꼬 쏘냐〉가 그녀의 마지막 출연작이다. 그 이후로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아 아쉽다는 팬에게 김지미는 재미있게 응수했다.

“제가 배우로만 활동한 게 아니라 영화 제작도 했고,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으로도 활동했어요. 60년 동안 영화라는 울타리에서 단 한 발짝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물론 중간 중간 공백기가 있긴 했죠. 그땐 제가 시집을 좀 갔다 왔습니다(웃음).”

특별전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김지미는 후배들에게 배우로서의 자긍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배우는 영화의 가장 큰 소재입니다. 그 소재를 값싸게 굴리지 말고 소중히 해야 좋은 영화가 생산되고, 상품이 값어치 있어지는 거예요. 배우는 아무데서나 명예나 이름을 팔고 다니지 말아야 합니다.”

사진 뉴스1 디자인 이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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