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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예술가의 세계

언제나 웃는 얼굴 ~ 동구리 작가 권기수를 만나다

글·김명희 기자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10.11.16 16:21:00

나이도 성별도 알지 못하지만 그를 만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2002년 처음 세상에 나와 8년 동안 무수히 많은 웃음과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한 ‘동구리’의 작가 권기수씨와 마주 앉았다.
언제나 웃는 얼굴 ~ 동구리 작가 권기수를 만나다


서울 서소문에 자리잡은 전시 공간 일우 스페이스에선 지난 10월 한 달 동안 즐거운 축제가 벌어졌다. 동구리 작가 권기수씨(38)가 개인전을 연 것. 도심을 오가는 시민들도 볼 수 있게끔 밖을 향해 설치된 윈도 갤러리에선 동구리들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자유롭게 유영했다. 기분 좋은 유혹에 이끌려 들어간 전시장에서 동구리들은 색동 막대기를 타고, 낙하산을 타고, 비행기를 타고, 꿈인지 생시인지 알지 못할 공간들을 누볐다. 그리고 그 끝에 작가 권기수씨가 동구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씩~웃으며 서 있었다.
권 작가는 요즘 가장 사랑 받는 젊은 작가 중 한 사람이며 2008년 아이구글 테마 디자인의 일환으로 열린 뉴욕 빌딩 디자인 작업, 2010년 구글 홈페이지를 1시간 동안 아티스트의 작업으로 꾸미는 작업 등에 초대된, 세계적으로도 실력을 인정받는 아티스트다.
동구리는 어린 시절 누구나 낙서하면서 그려봤음직한 단순한 얼굴과 몸을 가지고 있다. 동그란 얼굴에 딱 열 가닥의 머리카락, 어떻게 보면 대수롭지도 않은 이 그림이 웃음을 주고 인기를 끄는 이유는 그 안에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홍익대 미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권 작가는 원래 종이에 먹으로 사람의 실루엣을 그리고 이를 오려내 벽면에 설치하는 작업을 했다. 사람의 뒷모습이야말로 꾸밀 수 없는 진실을 이야기한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작품을 전시하고 보관하는 과정이 여의치 않아 다른 방법을 모색하다가 우연히 동구리와 만나게 됐다고 한다.
“작업 방식을 바꾸고 나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야 하나 막막했어요. 하얀색 캔버스에 드로잉을 하고 망치는 과정을 반복하며 소위 ‘예술하는 동네 백수’로 지냈죠. 그렇게 2년 정도 지나니 이야기할 것들이 정리되더군요. 하지만 처음의 동구리는 지금 같은 모습이 아니었어요. 한 큐레이터의 도움으로 식당으로도 쓰이는 공간 벽면에 전시할 기회가 생겼는데 산발에 먹이 흘러내려 잔혹하기까지 했어요. 혐오감을 줘 남의 식당 장사 망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까지 들 정도였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다듬어져 지금처럼 귀여운 모습의 동구리가 나오게 됐어요.”
사람들은 동구리를 보면서 행복한 생각을 떠올린다. 작가는 “미술 작품은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받아들이는 사람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이라면서도 ‘행복한 동구리’는 자신이 의도한 바는 아니라고 했다.
“동구리는 평범하고 이름 없는 이들을 상징화한 거예요. 우리 삶은 어쩌면 아무리 힘들어도 무대 위에 서면 항상 웃어야 하는 피에로 같잖아요. 동구리를 통해 야단을 맞아도, 길을 걷다가도, 또 힘든 고비에서도 겉으로는 웃어야 하는 우리네 인생,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얼핏 보면 서양화 같지만 동양의 정신세계 담고 있어
언뜻 보면 엘리트 코스를 밟은 작가에게 어디서 이런 스토리의 힘이 나왔을까 싶다. 아니나 다를까, 작가는 자신을 콤플렉스 덩어리라고 설명했다. 자신을 만든 8할은 질투였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유교 사상이 뿌리 깊은 경북 영주 시골마을에서 나고 자랐는데 미술을 한다고 하면 동네 어른들이 ‘하다못해 건달이라도 하지, 페인트칠을 하느냐’며 혀를 끌끌 차곤 했죠. 학교에서는 사고 친 적도 없는데 단지 미술부원이라는 이유로 문제아로 찍혀 선생님들께 구박 받기도 했고요. 대학에 갓 입학해선 예고 출신의 그림 잘 그리는 친구들 사이에서 주눅이 들어 어깨를 움츠리고 다녀야 했죠.”
그가 콤플렉스를 극복한 건 군대를 다녀온 후다. 테크닉만으로 그림을 그리던 친구들은 캔버스에 담아야 할 이야기에 한계를 느끼게 된 반면 그는 감성과 테크닉이 비슷하게 성장하면서 비로소 빛을 보게 된 것이다.
먹 대신 아크릴 물감을 쓰는 그를 일부에서는 서양화가의 범주에 넣기도 한다. 하지만 권 작가는 자신은 명백히 동양화가라고 강조했다. 그림의 내용과 기법 모두 동양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어릴 적 막연하게 신선의 세계를 꿈꾸었던 그는 대학시절 성균관에서 맹자 강독 수업을 들었고 그림에도 죽림칠현, 무릉도원 이야기 등 동양적인 정신세계를 펼쳐놓고 있다. 그림에 대나무·매화·난초 등 사군자 문양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의 그림은 대만이나 화교 이민자가 많은 호주 등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데 그 바탕에는 이런 철학적 배경이 있다.
그의 그림에는 단 한 점도 예외 없이 동구리가 등장한다. 어떤 작품에는 하나, 어떤 작품에는 둘, 어떤 작품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동구리가 등장한다. 늘 웃고 있는 동구리들은 그러나 서로 연대하거나 소통하지 않는다. 동구리들은 왜 혼자일까.
“동구리들은 여럿이지만 곧 하나입니다. 동구리들이 낙하산을 타고, 비행기를 타고, 구름을 타고 친구를 찾아 떠나는데 이는 곧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정인 거죠.”

▶ 전시 공간 일우스페이스는…
일우 스페이스는 세계 유명 박물관 내 한국어 작품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우사진상을 선정, 유망한 사진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는 등 문화 후원 활동을 전개하는 한진그룹이 지난 4월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서울 서소문 사옥 본관 1층에 개관한 미술관이다. 제 1, 2전시관을 갖추고 있으며 전시장 외부인 서소문 대로변에 가로 10m, 높이 3.7m의 초대형 윈도 갤러리를 설치해 관람객은 물론 도심을 오가는 행인들도 문화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덕수궁·서울시립미술관 등 도심의 문화 명소를 잇는 중심에 있는 만큼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수준 높은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한진그룹 측의 설명이다. 개관 이래 사진작가 배병우, 조각가 장광호 등의 전시가 열렸으며 11월에는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 입상자 전시와 ‘일우사진상’을 수상한 김인숙 작가의 전시가 열린다. 관람료 무료. 문의 02-753- 6502

언제나 웃는 얼굴 ~ 동구리 작가 권기수를 만나다

1 sky blue-high, 227 X 182cm, 캔버스에 아크릴. 2 waiting-red, 116 X 91cm, 캔버스에 아크릴. 3 sound of the wind, 151 X 30 X 94cm, 우레탄과 아크릴로 채색한 스테인레스 스틸. 하늘을 날아, 꿈속을 거닐며, 이상향을 찾아 떠나는 듯한 동구리들의 모습이 기분 좋은 웃음을 선사한다.



여성동아 2010년 11월 5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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