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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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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후 3시의 예지원

EDITOR-FASHION 한정은 EDITOR-FEATURE 김지영 기자

2019. 07. 29

금기된 사랑으로 인해 혹독한 홍역을 앓는 어른들의 성장 드라마 채널A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을 통해 신선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배우 예지원의 요즘 사는 이야기.



홀터넥 스타일의 플리츠 원피스 루시브로차드바이런드리룸. 이어링 르자뎅드오.

홀터넥 스타일의 플리츠 원피스 루시브로차드바이런드리룸. 이어링 르자뎅드오.

현재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중년 여배우로 예지원(46·본명 이유정)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개봉된 영화 ‘기방도령’의 무대 인사와 7월 5일 방송을 시작한 채널A 드라마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이하 ‘오세연’)의 촬영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는 그가 ‘여성동아’ 8월호 표지 모델로 나섰다. 

드라마에서 고교 시절 촉망받는 발레리나였으나 아버지의 부도로 가정이 몰락하며 꿈을 접고 이른 나이에 돈 많은 출판사 대표의 아내가 된 ‘최수아’ 역을 맡은 그는, 리얼한 연기를 선보이기 위해 촬영을 앞두고 플라잉 요가와 발레를 배웠다. 그래서일까.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유연하고 아름다운 그의 보디라인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피사체를 보여주는 모니터 위에서 춤을 추듯 우아한 곡선을 그려냈다. 


꾸준한 무용과 스트레칭이 건강 비결

레이스 디테일의 점프슈트 빅팍. 이어링 르자뎅드오. 레이스업 부티 73아우어스.

레이스 디테일의 점프슈트 빅팍. 이어링 르자뎅드오. 레이스업 부티 73아우어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무용의 끈을 놔본 적이 없어요. 고등학교 때까지 한국무용을 전공했고, 이후에도 작품을 할 때마다 제 자신에게 무용에 관한 미션을 주는데 이번엔 그게 플라잉 요가와 발레였어요. 스트레칭도 매일 해요. 스트레칭만 꾸준히 해도 혈액순환이 잘돼서 건강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어요. 스트레칭을 과하게 하면 고관절이 나갈 수 있으니 천천히, 가볍게 하는 게 좋아요. 특히 초보자는 기초 동작을 혼자 배우려 하지 말고 꼭 전문가를 통해 익힌 후 하루 5분에서 10분이라도 꾸준히 습관화하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셔츠 스타일의 롱 원피스 미스지컬렉션. 이어링 르자뎅드오. 벨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셔츠 스타일의 롱 원피스 미스지컬렉션. 이어링 르자뎅드오. 벨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세연’에서 그가 연기하는 최수아는 요리부터 인테리어까지 두루 섭렵한 현모양처지만 평일 오후 3시만 되면 다른 남자를 만나 2시간 동안 ‘쿨하게’ 바람을 피우는 캐릭터다. 드라마 홈페이지에는 그 이유를 ‘한 남자의 아내, 아이들의 엄마, 전업주부로만 살기엔 일상이 너무나 지루해서’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예지원은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최수아는 생계 때문에 연예계로 나가 잡지 표지 모델을 하게 되는데, 그때 잡지사 대표인 남편을 만나 결혼해요. 소녀에서 여자를 거치지 않고 결혼해 아이 엄마가 되고 아줌마가 된 거죠. 근데 남편은 계속 바람을 피우면서 수아를 무시하고 집에 가둬두려고만 해요. 그렇게 10년을 쥐 죽은 듯 살다 보니 답답함을 견디기 힘든 지경에 이르는데, 사회생활을 해본 적도 없고 자기를 억누르는 것밖에 할 줄 모르니까 치유 방법으로 택한 게 불륜이에요. 외로움이나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숨통을 틔우기 위한 출구로요. 그래서 아이들과 남편이 없는 평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아무런 감정 없이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으로 삶의 억눌림을 해소하던 이 여자가 하윤(조동혁)이란 화가와 처음으로 사랑에 빠지면서 견고한 성 같던 일상이 무너지기 시작해요.”

솔직하고 안전한 만남 꿈꿔

실크 소재의 언밸런스 컷 원피스 록바이런드리룸. 이어링 르자뎅드오. 레이스업 부티 73아우어스.

실크 소재의 언밸런스 컷 원피스 록바이런드리룸. 이어링 르자뎅드오. 레이스업 부티 73아우어스.

첫 방송부터 드라마는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예지원의 지인들도 “재미있다” “영상이 좋다” “잔잔한 음악이 주는 힘이 있다” 등 호평 일색이라고 한다. 특히 그는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는 평이 반가웠다면서 “우리 여자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야기여서 좋다. 다양성의 시대가 열린 것 같아 흐뭇하다”고 털어놨다. 

최근 몇 년 동안 그의 상대 배우는 주로 연하였다. 2016년 드라마 ‘또 오해영’의 김지석과 ‘오세연’의 조동혁, ‘기방도령’의 최귀화 중 누가 가장 매력적이냐는 우문에 그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지금 함께하는 사람이 가장 매력이 있다”는 현답을 내놨다. 

“항상 지금 하는 작품이, 오늘 찍는 신이 가장 소중하더라고요. 실제로는 셋 다 멋진 배우예요. 극 중 캐릭터도 하나같이 매력적이고요(웃음).” 


니트 소재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러플 플레어 팬츠 손정완. 이어링 르자뎅드오.

니트 소재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러플 플레어 팬츠 손정완. 이어링 르자뎅드오.

서울예대 방송연예과 재학 시절이던 1993년 이명세 감독의 영화 ‘첫사랑’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한 그는 잠시 극단에서 활동하다 1996년 MBC 마당놀이 ‘황진이’를 통해 정식으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이후 23년 동안 스크린과 TV를 오가며 배우 외길을 열심히 걷다 보니 아직 독신이다. 

“저는 독신주의도, 비혼주의도 아니에요. 부모님과 친척들 모두 결혼해서 잘 살고 있고, 다산 집안이어서 저도 그렇게 살 줄 알았는데 일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나이만 먹었어요.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빨리 짝을 찾아라. 안 그럼 나처럼 된다’는 말을 곧잘 해요. 같이 무용하던 한 친구는 일찍 결혼해 고등학생 자녀가 있어요. 그런 친구를 보면 부러워요.” 

사랑과 결혼은 아직 그가 이루지 못했지만 언제나 갈구하는 현재진행형의 꿈이다. 촬영장과 교회, 학원에 가지 않을 땐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그는 자신처럼 “가정적인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소망했다. 

“서로 아껴주고 솔직하게 표현하면서 안정적으로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만남을 갖고 싶어요. 그러다 결혼할 수도 있겠지만, 그때는 상대와 평생을 함께할 준비가 돼 있는지 제 자신을 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결혼은 남남이 만나 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니만큼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잡생각 없이 밝게, 단순하게 살기

퍼프 소매 포인트의 원피스 빅팍. 이어링 르자뎅드오.

퍼프 소매 포인트의 원피스 빅팍. 이어링 르자뎅드오.

중년에 이르면 차츰 ‘꼰대’가 되어가기 마련인데 예지원은 예외인 듯하다. 그는 지금도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고 연기 경력이 짧은 후배에게서도 배울 점을 찾는 열린 사고를 지니고 있다. 

“철이 없어서 그래요. 요즘 젊은 친구들은 제가 어릴 때와는 다르게 감동적일 정도로 연기도 잘하고 똑똑해요. 그런 후배들이 저를 보면서 뭔가를 얻고 배우려고 하면 정말 난감해요. 나이가 들수록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연기하기가 점점 더 조심스러워져요.” 

데뷔 이래 꾸준한 사랑을 받았지만 매 순간 즐거울 수만은 없었을 터. 힘들고, 지치고, 외로워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할 때 그에게 나침반 같은 길잡이가 되어준 것은 ‘오늘 하루 집중해서 열심히 살자’는 스스로에게 거는 최면 같은 기도였다. 

“어제도 그런 기도로 마음을 다잡으면서 연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없고, 가뜩이나 산만한 성격이라 연기를 안 했으면 온갖 잡생각이 들었을 거예요. 근데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떤 상황에서든 온전히 연기에 빠져 지내다 보니 이 나이에도 단순하고 밝게, 겸손한 마음으로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지금은 드라마도, 영화도 다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서 매 순간 행복하고 감사해요.”

사진 천영상 디자인 김영화 제품협찬 73아우어스 런드리룸 르자뎅드오 미스지컬렉션 빅팍 손정완 헤어 남현 메이크업 이정 스타일리스트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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